2025-10-10 (금) 12:00:00 이희숙 시인·수필가
엄지를 든다는 표현은 일반적으로 칭찬이나 인정하는 반응을 나타낼 때 사용한다. 말없이 긍정적인 감정이나 태도를 표현하는 손짓이다. 상대방에게 “좋아, 인정, 굿, 오케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비언어적 표현일뿐 아니라 의미 있고 충분한 제스처다.
손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오늘 상황에 걸맞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애벌레가 된 나비가 고치를 만든 후 그를 둘러싼 껍데기를 찢고 밖으로 나온다. 좁은 고치 속을 빠져나오는 나비는 그 진통을 거치는 동안 날개에 힘이 생겨 날아오를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고통스러운 탈출 과정은 외부 환경에 적응하고 날기 위한 필수적인 단계이다. 고통을 겪는 동안 심한 마찰로 인해 날개는 날 수 있을 만큼 강건해지지 않을까.
손자는 새 학교와 기숙사라는 낯설고 서투른 공간에서 친구와 관계를 맺어야 하고, 폭넓고 깊은 학문의 초입에서 헤맬 수 있다. 스스로 깨우치고 헤쳐 나가야 할 많은 과제 앞에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 시행착오를 거쳐 새로운 위기를 도전으로 극복하고 통과하길 바란다. 자기만의 몫을 헤쳐 나온 후 그의 날개는 단단해져 비상할 것이다. 엄지와 검지, 두 손가락을 맞대고 오케이를 만들어 올리리라.
오케이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동작이라고 한다, 그로 인하여 인간이 만유의 영장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 터. 도구와 불 등을 사용했다는 요소로 연결된 이유이지 않을까. 원숭이 손가락을 눈여겨보며 엄지가 짧아 검지와 만날 수 없었다는 걸 발견했다. 엄지를 사용하는 오케이 단어 속에 숨겨진 비밀이랄까.
차창으로 손자가 엄지손가락을 올려 동그라미를 그리며 떠나는 모습이 보인다.
<이희숙 시인·수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