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2 (목) 12:00:00 성민희 소설·수필가
비좁은 냉장고지만, 한 칸은 아예 옆집을 위해 비워두고 있는 이웃 여자. 죽음을 눈앞에 둔 가난한 과부의 한 끼를 위해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 정승 집 애완견이 죽으면 문상객이 장사진을 이루지만 정작 본인이 죽으면 손님이 없는 것이 세상인심이라고 하는데. 그 세상을 역행하며 사는 사람들의 마음 뿌리가 닿아있는 곳은 과연 어디일까.
세상에는 아직도 아름다운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마음이 훈훈해진다. 냉장고 한 칸을 내어놓듯, 우리 사회 어딘가에는 여전히 작은 자리를 비워 이웃을 품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남의 필요에 세심하게 반응하며 배려하는 사람. 약한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 자신을 낮출 줄 아는 사람. 힘든 이웃에게 기댈 수 있는 어깨를 내어 주는 사람. 밝은 표정으로 긍정적인 기운을 몰고 오는 사람. 언제나 용서해 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진리 앞에서는 요동하지 않는 용기가 있는 사람. 어떤 색깔도 고집하지 않는 넉넉함으로 공동체를 화합시키는 사람. 어느 곳에 가서든 이런 사람을 발견한 날은 정말 기분 좋다. 그런 모임에는 자꾸 가고 싶다.
“내가 죽으면 저기 있는 소나무 옆에 묻어주게. 저 소나무는 많은 씨앗을 퍼뜨려 나를 따뜻하게 해주고 나를 감싸 주었어. 그렇게 해주게. 내 몸이면 그들에게 아마 2년 치 거름 정도는 될거야. “ 포리스트 카터 작가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에 나오는 말, 체로키 인디언 할아버지 윌로 존의 유언이 생각난다.
<성민희 소설·수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