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8 (목) 12:00:00 박연실 수필가
이상하게 그녀의 말은 ‘어깨만 아픈 것이 얼마나 큰 다행인가’하는 착각을 일으켰다. 순간 고통이 줄어드는 것 같기도 했다. 곧 괜찮아질 거라는 기대에 마음마저 가볍다. 매일 아픈 사람만 보는 그녀는 고통을 맞이하는 자세를 아는 것이라 짐작되었다. 달래기도 하고 돌보기도 하면서 함께 가는 것이라는 것을 나보다 젊어 보이는 그녀는 이미 알아버린 것이다. 아픔도 상처도 불안도 삶의 동반자라는 것이 교훈처럼 다가왔다.
그녀가 나눠주는 것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오는 이에게 기운을 나눠주는 일이었다. 괜한 사람에게 내는 짜증을 받아주고, 말할 사람 없는 이의 사정도 들어주고, 외로움을 어루만져 마음을 넉넉히 내어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내가 그녀의 위로가 되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이라는 말이 가슴 속에 조금씩 채워졌다. 몸은 아프지만 나아질 수 있다니 다행이야,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곁에 있어 다행이야, 늦기 전에 고맙다, 사랑한단 말을 전할 수 있어 다행이야. 나는 이 작은 희망을 품고 잘 늙어가고 싶어졌다.
현실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 닥치기도 하고, 두렵기만 했던 일이 아무 일도 아닌 것으로 끝나기도 하니 예측할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긴장과 ‘다행이다’ 사이를 오가며 삶을 배우게 되는가 보다. 당연하다고 여기던 것이 언제라도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자주 잊고 살았다. 특별할 것도 없는 날들을 지내다 예상치 못한 일을 당하면 뒤늦게 깨닫는다. 그동안 무심히 지나온 일상이 위태로운 기적 위에 놓여있는 날들이었다는 것을.
‘얼마나 다행이에요’는 내 마음속에 회복을 위한 지표가 되었다. 원하지는 않았지만 보듬어 치유하는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라 마음을 고쳐먹었다. 깊은 호흡을 하고 다시 맞설 준비를 한다. 어깨가 나아지면 다음은 또 어디가 탈이 나려나. 기대된다.
<박연실 수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