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셔에서] 베트남 하늘만 쳐다보고

 댓글 2025-09-11 (목) 12:00:00 성민희 소설·수필가
 
한국에 도착하여 입국수속대로 향하여 터벅터벅 걸어나가다가 또 덜미를 잡혔다. 공항 직원이 뛰어와 내 이름을 확인했다. 고개를 끄덕이니 조사가 필요하니 자기를 따라오란다. 다른 나라에서 입국을 거부 당하여 쫒겨 온 사람을 그대로 받아줄 수 없다는 거였다. 특별조사실로 들어가 이런저런 질문에 답했다. 00년에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했군요? 하는 질문에는 모국을 버린 것 같아 조금 미안한 생각도 들었다. 조카에게 이런 외숙모가 있냐는 전화 확인으로 조사가 끝나고 겨우 풀려났다.


아직도 베트남에 있을 친구가 궁금해 전화를 했다. 공항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여행사 직원이 있었기에. 혼자라도 다른 팀에 끼어서 계획한 일정을 보내고 오라 했지만, 친구는 기어이 다음날 새벽 1시 비행기로 돌아오겠다고 했다. 나의 실수가 멀쩡한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입혔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마주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무궁무진하다. 하늘에서 내리는 우박을 누구도 피할 수 없듯이, 나 역시 예외가 아님을 실감한다. 누군가가 당한 일을 나라고 당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가. 인생은 때로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우리를 시험대에 세우고 ‘불가’를 선언하기도 하는 것을. 황당함을 빌미로 우리를 단련시키기도 하는 것을. 그때마다 억울함만 곱씹는다면 웃으며 나이 들 수 없지 않을까. 결국 중요한 것은 그것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넉넉한 마음일 거다.

나는 지금 ‘추방’이라는 낙인을 찍은 베트남에게 다시는 고개도 돌리지 않을란다. 씩씩거리다가. 기어이 정확한 비자를 들고 다시 가리라. 하는 두 마음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새벽 6시의 인천공항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앉아 있다.

<성민희 소설·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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