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에세이] 그물을 걷어올린 통조림 공장

 댓글 2025-06-11 (수) 12:00:00 이현숙 수필문학가협회 이사장
 
스타인벡은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로, 근로자와 빈민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공원 기념비에는 도라 플러드, 동양계 노동자, 지역 기업가, 창녀 등 캐너리 로우의 다양한 인물상이 함께 있다.
 
실제 소설의 무대가 된 장소도 남아 있다. 리 청의 식료품점은 동양철학에 관심이 많았던 스타인벡이 그를 선과 악의 중간에 놓았던 인물로 묘사했다. 해양 생물학 연구소는 ‘닥’의 일터였고, ‘라 아이다 카페’는 맥 패거리들이 술을 모으던 장소다.
 
맥 패거리 다섯 명은 사고를 일으키면서도 거리의 평화를 지키는 인물들이다. 그들은 닥을 위해 깜짝 파티를 준비하지만, 파티는 엉망이 되고 연구소도 뒤죽박죽이 된다. 그러나 다툼 뒤에는 다시 웃음이 돌아오고, 캐너리 로우는 일상으로 돌아간다. 이들의 소동은 이웃의 우정과 연대를 보여준다.

오늘날 캐너리 로우는 상점과 식당, 정어리 그림 간판들이 늘어선 관광지로 변했다. 바닥에는 손바닥만 한 명패들이 박혀 있고, 바랜 벽화 속 어부들은 여전히 그물을 들어 올린다. 비릿한 냄새와 낡은 골목에는 과거 삶의 흔적이 스며 있다.

수많은 세월과 변화 속에서도 이곳은 변함없이 사람들의 이야기와 기억을 품고 있다. 때로는 과거의 영광과 고단함이 어우러져 조용한 속삭임처럼 다가온다. 그 속에서 우리는 삶의 복잡한 그물망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게 된다.

존 스타인벡은 이곳에서 부서진 삶과 따뜻한 공동체, 꿈과 유머를 건져 올려 소설로 승화시켰다. 가난하지만 서로를 보듬던 사람들의 모습은 지금도 골목 어딘가에서 숨 쉬는 듯하다. 문득 생각한다. 내 삶의 그물에는 어떤 이야기를 건져 올릴 수 있을까. 천천히 그 거리를 다시 걷는다.

<이현숙 수필문학가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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