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n In

today:
313
yesterday:
1,176
Total:
1,411,430


추천 수필

Articles 1,775
No.
Subject
Author
Notice 디카에세이 우산-최장순 수필가
정조앤
Jan 06, 2021 2688
Notice 수필가 반숙자 초기작품- 수필집 <몸으로 우는 사과나무> 80편 file
admin
Mar 16, 2016 18067
1715 엉그름 / 김순경
정조앤
May 13, 2024 46
엉그름 / 김순경 가슴이 답답하고 목이 멘다. 폭염이 여러 날 계속되자 논바닥 실금이 빠르게 번진다. 갈기갈기 찢어지고 갈라진 틈새가 속살을 드러내면 농부들의 무거운 한숨 소리가 짙게 깔린다. 갈라 터진 바닥을 메우려고 허둥대지만, 틈새는 깊어만 간...  
1714 글쟁이들 대장간 / 이문자
정조앤
Jun 07, 2024 46
글쟁이들 대장간 / 이문자 풀무질에 쇳덩이가 익어간다. 벌겋게 달궈진 쇠가 모루에 놓이자 드디어 시작되는 메질. 세상의 어떤 소리보다 리드미컬한 연주다. 앞 메 옆 메가 번갈아 치고 때리면 엿가락처럼 휘었다가 늘어난다. 대장장이가 집게로 잡아주는 방...  
1713 벽, 담, 문 / 조 헌
정조앤
Jun 07, 2024 46
벽, 담, 문 / 조 헌 그는 순백의 도화지다. 아니 깨끗한 순면純綿이다. 어느 한 곳도 때 묻지 않은 무구함 그 자체다. 눈처럼 희기에, 무엇이든 스치면 여지없이 묻고 번질 것이다. 타인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받아들여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남을 흉보거나 욕...  
1712 그들이 사는 법 / 강천
정조앤
Jun 28, 2024 46
그들이 사는 법 / 강천 심악한 바람이 북극 한파를 데려와 온 세상을 다시 꽁꽁 얼려놓았다. 입춘 후 나흘간이었다. 큰 추위는 지났을 거라고 은근히 방심하던 터라 더욱 모질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고는 내리 사흘을 또 봄인 듯 포근하다. 동백이 보고...  
1711 지렁이가 품은 우주 / 이방주
정조앤
Jun 28, 2024 46
지렁이가 품은 우주 / 이방주 새벽 산책길에서 딱한 중생을 만났다. 젓가락으로 입에 올리다 흘린 자장면사리 같다. 꿈틀꿈틀 힘겹게 기어간다. 지난 밤 폭우에 땅속 지렁이 은신처에 빗물이 괸 모양이다. 물구덩이에서 살만한 곳을 찾아 지상으로 나오셨을 것...  
1710 스펑나무야, 더 누르면 아파! / 고경서
정조앤
Apr 22, 2024 48
스펑나무야, 더 누르면 아파! / 고경서 아주 무시무시한 동물들이다. 분홍 코끼리를 통째로 삼킨 보아 구렁이처럼 벌러덩 드러누웠다가 서서히 꿈틀거린다. 묵직한 똬리를 풀어 지붕 위로 기어오르거나 땅을 짓밟고 깔아뭉갠다. 쓰러뜨린 담장에 걸터앉아 거드...  
1709 표리검表裏劍 / 조이섭
정조앤
Sep 10, 2023 48
표리검表裏劍 / 조이섭 명절 끝에 친구를 만났다. 나이 든 남자끼리 만나 술이 한잔 들어가면 항용 그렇듯 ‘라떼는’ 향연이 이어진다. 어릴 적 고생했던 이야기야 이미 재탕 삼탕까지 우려먹은 사이인지라, 친구가 한참 뜸을 들인 끝에 한마디 툭...  
1708 연말연초의 주문 / 박양근
정조앤
Feb 26, 2024 48
연말연초의 주문 / 박양근 나는 사주팔자를 믿는다. 사주쟁이를 전적으로 믿지 않지만, 내게 사주가 있다는 건 믿는다. 토정 선생의 영향이 아니라도 누구나 자신의 한 해가 어떨까에 대한 궁금증은 갖기 마련이다. 물론 사람의 명운이 사주만으로 정해지는 건...  
1707 청심헌 반시 / 김순경
정조앤
Feb 16, 2024 48
청심헌 반시 / 김순경 서늘한 바람이 핏빛을 몰고 온다. 짙은 초록의 두꺼운 감나무 이파리도 진홍으로 얼룩진다. 뜨거운 햇볕과 거친 비바람을 막아주던 잎사귀가 하나둘 떠나자 빨간 감이 파란 하늘에 박힌다. 속살을 훤히 드러낸 홍시가 더는 무게를 견디지...  
1706 등, 무꽃 피다 / 김근혜
정조앤
Mar 02, 2024 48
등, 무꽃 피다 / 김근혜 등에 무꽃이 허옇게 폈다. 꺾어서 맛을 본다면 아마도 달싸한 맛이 나지 않을까. 눈여겨보지 않아도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한 생을 마감하는 사람 등에만 피는 꽃, 아름다운 향을 지니고도 어둠 속에 있어서 더 쓸쓸해 보인다. 가족...  
1705 그녀가 변했다 / 장미숙
정조앤
Jul 31, 2024 48
그녀가 변했다 / 장미숙 그녀, N의 몸매가 동그라미를 그리기 시작했다. 밋밋하던 선에 굴곡이 생기고 탄탄해졌다. 걷는 모습도 전에 없이 활기차다. 어깨가 곧게 펴지고 자세에 흔들림이 없다. 그녀도 알고 있는 걸까. 모델이라도 된 듯 우리 앞에서 어깨를 ...  
1704 재앞 / 이난호
정조앤
Apr 15, 2024 49
재앞 / 이난호 4월 중순, 아파트 단지 내 가로수가 잘린다. 기계톱 소리 밑으로 떨어진 가지들이 땅에 닿아 한 번 껑충하고 부르르 떨고 눕는다. 채 푸르지 못한 잎이 달린 가지도 있다. 30여 년 전 입주 초기 묘목 크기가 그 가지들만 했었다. 그들이 어느새 ...  
1703 옛 우물 / 박동조
정조앤
Jun 01, 2024 49
옛 우물 / 박동조 틈새마다 잡초가 우북하다. 우물 주위로 깨진 시멘트가 여기저기 나뒹굴고, 구석에는 바람이 만든 티끌 더미가 작은 산을 이루었다. 눈을 씻고 봐도 사람의 발길이 닿았다는 흔적이 없다. 한때는 마을사람들의 하나뿐인 젖줄이 어쩌다 이 지...  
1702 문득 멈춰 서다 / 장미숙
정조앤
Jul 12, 2024 49
문득 멈춰 서다 /장미숙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다. 가끔 생각이야 나겠지만 점차 잊힐 거라 여겼다. 시간과 장소가 바뀌다 보니 일찍 잘 수 있었고 덕분에 새벽 시간을 마음껏 누리게 되었다. 잃으면 얻는 게 있기 마련이다. 오히려 좀 더 일찍 시작하지 않은...  
1701 언니의 자전거 / 이승애
정조앤
Nov 20, 2023 50
언니의 자전거 / 이승애 나는 아직도 중년의 여성이 자전거 타는 것을 볼 때면 언니가 생각나서 가슴이 두근거린다. 언니는 자전거 타는 것을 아주 좋아했다. 자동차를 살 수 없는 형편이기도 하였지만, 자신의 의지대로 마음껏 자연을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1700 소처럼 느린 당숙 / 김 용 택
정조앤
Jun 11, 2024 50
소처럼 느린 당숙 / 김 용 택 여름엔 점심밥을 먹으면 모든 동네 사람들이 강가 정자나무 아래로 모여든다. 누가 오라고 하지도 않고 누가 부르지도 않고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동네 사람들은 모두 밥숟갈을 놓기가 바쁘게 정자나무 아래로 끄덕끄덕 ...  
1699 대추 / 황진숙
정조앤
Nov 15, 2023 51
대추 / 황진숙 유영한다. 말라비틀어진 몸피로 둥실 떠다닌다. 야윌 대로 야위어 생기와 물기를 찾아볼 수 없다. 향내를 풍기지도 않고 탐스런 살빛으로 시선을 잡아끌지도 않는다. 아무런 기척을 내비치지 않아 빈한하다. 엎치락뒤치락 중심을 잡지 못하는 것...  
1698 미얀마의 세 손가락 / 김인기
정조앤
Jan 11, 2024 51
미얀마의 세 손가락 / 김인기 오늘은 또 얼마나 많은 피눈물이 땅을 적셨을까. 요즘 미얀마에서는 세 손가락 높이 드는 행위도 크나큰 죄가 된다. 나도 그만 아득해진다. 저런 것들도 군인이라고! 탄식이 절로 나온다. 공공의 안녕을 수호해야 할 자들이 공공...  
1697 지네와 비수리 / 강천
정조앤
Feb 16, 2024 51
지네와 비수리 / 강천 술 단지를 열었다. 알싸한 향기가 주당임을 자처하는 내 코끝을 간질인다. 우연히도 베란다 한쪽 구석에서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쓰고 있는 술 항아리가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 비수리로 담근 술이 몸에 좋다기에 지난가을 앞뒤 가릴 것 ...  
1696 수필이 나를 쓴다 / 권예자
정조앤
Mar 20, 2024 51
수필이 나를 쓴다 / 권예자 사람들은 나를 보고 시와 수필을 쓰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맞는 말 같기도 하고 틀리는 말 같기도 하다. 냉정히 말하자면 시는 내가 쓰는 것 같은데, 수필은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내 안에 스며있는 나의 사상과 이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