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받아 마땅한 날

 

성민희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생일에는 엄마가 축하를 받아야하는 것 아닌가? 태어남을 위해 아기가 한 일이 뭔데? 엄마는 배 안에서 열 달 내내 구역질로 시작하여 쿵쿵 차대는 발길질까지 견뎠는데. 좋아하던 커피도 못 마시고 감기에 걸려도 약 하나 못 먹고 생으로 끙끙 앓았는데. 그 힘들고 긴 여정을 끝내는 날에는 또 어떠했나? 온 몸이 터지는 것 같은 고통을 참아내며 침대 위에서 버텼는데. 죽을 힘을 다해 몸 밖으로 아기를 밀어내며 휴우 살았다. 안도의 숨을 겨우 쉴 수 있었는데. 아기는 대체 그 날 뭘 했다고 생일 축하를 받느냔 말이다. 정말로 축하는 고생한 엄마가 받아야하는 게 아닌가? 해마다 생일이라고 축하 케이크의 촛불을 끌 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울엄마 이 날 많이 고생하셨겠네. 감사하다.

 

그런데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 생일을 맞는다는 건 내가 축하받을 일이 분명하다. 그것은 일 년을 잘 살아왔다는 뜻이 아닌가? 사람에게 가장 일반적인 사망 원인은 노화와 질병과 사고인데. 코로나를 비롯한 다양한 질병에도 덜미 잡히지 않았고 신문 지면을 채우는 수많은 사고도 요리조리 잘 피해왔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 분명하다. 호들갑을 좀 뜬다면 그 크고 작은 사건에게 내 삶이 가격 당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아내었다는 것은 정말 기적이다. 거기다 더하여 좋은 사람들과 만나 수다도 떨고, 맛있는 것도 먹고, 운동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사랑하는 가족과 일상의 삶을 함께 나누면서 365, 8760시간을 잘 보냈으니 어찌 축하를 받을 일이 아닌가. <퓨전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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