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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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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디카에세이 우산-최장순 수필가
정조앤
Jan 06, 2021 2688
Notice 수필가 반숙자 초기작품- 수필집 <몸으로 우는 사과나무> 80편 file
admin
Mar 16, 2016 18068
1535 텃밭 / 김선녀
정조앤
Dec 10, 2023 123
텃밭 / 김선녀 비가 내린다. 테라스 바닥에 빗방울이 피우는 찰나의 꽃들을 본다. 피는 순간 져버리는 꽃이 촘촘하다. 고요한 새벽에 소리로 내리는 꽃을 보며 울컥한다. 비 오는 새벽은 맑은 공기 같으면서도 어둠에 갇힌 숨 같다. 창가에 놓인 전동침대 위 ...  
1534 작은 소수들의 삶 / 이한얼
정조앤
Dec 10, 2023 71
작은 소수들의 삶 / 이한얼 10년 전. 20대 어느 날 광주 터미널에서 내 또래쯤의 한 남자를 봤다. 보통이라면 스쳐 지나갈 행인이었지만 작은 물건 덕분에 나는 그를 무례할 정도로 유심히 관찰했다. 그는 피우던 담배를 손바닥 반 만한 작은 통에 집어넣고 시...  
1533 그 문장은 붉은 방점으로 시작했다 / 라환희
정조앤
Dec 10, 2023 53
그 문장은 붉은 방점으로 시작했다 / 라환희 비는 도솔천을 따라 구부러지며 이어졌다. 장우산 안으로 몸을 사려도 스미는 눅눅함을 피할 수 없다. 무심결에 힘이 들어갔는지 어깨가 결려온다. 힘을 빼며 일주문을 지난다. 한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고 비까지...  
1532 비탈에 눈바람 분다 / 강숙련
정조앤
Dec 05, 2023 85
비탈에 눈바람 분다 / 강숙련 부산의 눈은 시부지기 내린다. 참을 만큼 참다 어느 한계에 이르면 비적비적 주춤거리며 내린다. 한 번이라도 먹먹한 가슴에 퍽퍽 주먹질하듯 펑펑 쏟아져보길 기대하지만 경상도 보리문둥이의 안타까운 눈물인 양 질척이다 말기...  
1531 성냥팔이증후군 /김응숙
정조앤
Dec 05, 2023 90
성냥팔이증후군 /김응숙 창안은 환하다. 샹들리에 불빛 아래 크리스마스트리가 반짝인다. 벽난로에서도 불빛이 쏟아진다. 식탁을 둘러싸고 앉아있는 가족들 사이로 가벼운 웃음소리와 식기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섞여든다. 창밖은 까맣다. 달도 보이지 않는 밤...  
1530 달밤 / 최현숙
정조앤
Dec 05, 2023 69
달밤 / 최현숙 물속처럼 고요하다. 차 소리마저 끊긴 마을이다. 아침나절 가루로 내리다가 폭설이 되어 덮인 하얀 세상이 옛이야기에나 나올 듯 적막하다. 눈길을 걷고 싶어 달빛 잔잔한 뜰을 내려선다. 이런 풍경을 태고라 일컫는 것일까. 대문을 나서려다 ...  
1529 지팡이 / 박갑순
정조앤
Dec 05, 2023 57
지팡이 / 박갑순 노부부가 걸어간다. 남편의 팔을 꼭 붙들고 오른쪽 다리를 절룩이며 걷는 부인의 뒤를 간들바람이 따라간다.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며 걷는 모습이 애잔하면서 다정하다. 물기 마른 노거수가 줄지어 선 아파트 단지 모퉁이에 내려앉은 봄도 걷...  
1528 골목 / 최민자
정조앤
Dec 01, 2023 115
골목 / 최민자 골목은 눈부시지 않아서 좋다. 휘황한 네온사인도, 대형마트도, 요란한 차량의 행렬도 없다. '열려라 참깨!'를 외치지 않아도 스르륵 열리는 자동문이나, 제복 입은 경비원이 탐색하는 눈빛으로 위아래를 훑어 내리는 고층빌딩도 눈에 ...  
1527 물레가 구른다 / 김희숙
정조앤
Dec 01, 2023 65
물레가 구른다 / 김희숙 꽃이 핀다. 손가락을 슬쩍 비트니 오므린 몽우리가 보시시 벌어진다. 흙 한 줌에서 생명력이 살아난다. 허공을 메울 잔가지나 바람에 하늘거릴 이파리 하나 돋지 못한 줄기지만 꼿꼿하게 버티고 섰다. 앞으로도 꽃송이 서너 개쯤은 거...  
1526 윗집 창문 / 조문자
정조앤
Dec 01, 2023 89
윗집 창문 / 조문자 - 2023년 선수필 문학상 귀뚜라미조차 숨을 멎은 듯 사위가 고요하다. 인적 드문 산속에선 창문도 친구여서 불 켜진 윗집 창문을 곧잘 올려다보곤 한다. 능선의 가르맛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통나무를 엇긴 흙담집이 나온다. 집에서 오...  
1525 그리운 기차 / 유병근
정조앤
Dec 01, 2023 71
그리운 기차 / 유병근 들판이 다가온다는 느낌이었는데 어디론지 사라지고 없다. 몇 차례나 그랬다. 그것은 오고 가는 인연이라며 달리는 열차 좌석에 등을 기댄다. 들판 너머에 마을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어느 지방이든 눈에 띄는 비슷비슷한 풍경이다. 그...  
1524 가지치기-장덕재
정조앤
Dec 01, 2023 100
가지치기-장덕재 겨울 끝자락에 찬바람이 서성인다. 주춤거리는 겨울 뒤로 봄이 기웃거리고 창가를 더듬는 햇살의 유혹이 심상치 않다. 아니나 다를까. 양지바른 화단의 매화가 봄을 품고 있다. 여린 꽃망울을 머금은 가지마다 부푼 가슴을 여미고 있다. 내 마...  
1523 내 고향, 그 바다에서 길을 묻는다 / 정영자
정조앤
Nov 27, 2023 96
내 고향, 그 바다에서 길을 묻는다 / 정영자 빛과 색으로 표현된 그림 앞에 섰다. 가까이서는 오묘한 색의 집합체로만 눈에 들어오는데 물러설수록 빛이 그 형체를 드러낸다. 그림 한가운데 망사리를 등에 지고 몸을 수그리고 나오는 해녀가 있고 그 뒤로 웅...  
1522 우리가 되는 법 / 김근혜
정조앤
Nov 27, 2023 68
우리가 되는 법 / 김근혜 '우리가 되는 법’이란 작품이 눈길을 끈다. 이완이라는 작가의 미술품인데 오브제들을 모아서 저울 위에 올려두고 무게를 똑같이 맞추어 놓았다. 저울의 눈금에 호기심이 인다. ​ 마네킹 몸통과 다리, 생수통, 도자기는 하...  
1521 '들깨 나무' / 박금아
정조앤
Nov 27, 2023 66
어제야 들깨를 뽑았다. 지난해 늦봄에 절로 돋아나 여름내 향긋한 잎을 내어주고, 가을엔 꽃을 피워 초겨울까지 식탁을 풍성하게 해준 들깨였다. 보리밥 짓고 강된장 만들어 깻잎 몇 장 따 쌈 싸서 올리고, 하얀 꽃숭어리는 찹쌀풀에 발라 들깨 보숭이로 만들...  
1520 빈 산엔 노랑꽃 / 장 돈 식
정조앤
Nov 27, 2023 66
빈 산엔 노랑꽃 / 장 돈 식 눈이 내린다. 기상대가 기상청으로 격을 높이더니 적중률이 제법이다. 예보대로 굼실거리던 하늘은 새벽녘에 비로 시작하더니 낮부터는 눈으로 이어졌다. 산에서 내려와 시내 책방을 돌며 비를 맞고 돌아올 때는 눈 내리는 산을 오...  
1519 작가의 여행 / 박양근
정조앤
Nov 23, 2023 152
작가의 여행 / 박양근 인생은 여행이다. 그중에서 작가들은 보통 사람과 다른 특별한 여행을 한다. 몸속에 원초적인 노마드의 피가 흐르고 있어 늘 언제나 떠나고 싶어한다. 무언가 새로운 환경을 원할 때, 무심코 흘린 말이 절박한 고백임을 깨달을 때, 좌절...  
1518 헛꽃 / 노혜숙
정조앤
Nov 23, 2023 90
헛꽃 / 노혜숙 하필 그 장면일까. 지쳐 누운 잠자리에 어제 본 영화 속 노배우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화장기 하나 없이 골 깊게 패인 주름 그대로 민낯이다. 몇 겹이나 되는 목주름도 숨김없이 드러낸다. 팽팽한 긴장감이 사라진 육체를 헐렁한 옷이 감싸고...  
1517 감각하다 / 황진숙
정조앤
Nov 23, 2023 89
감각하다 / 황진숙 시각으로 오가며 무심결에 봐오던 풍경이었다. 매서운 추위 덕에 한낮에도 싸늘하다. 남아 있던 볕살이 이울자 어스름이 내려앉는다. 어둠은 보란 듯이 감춰진 가난을 끄집어낸다. 길가 바로 옆에 자리 잡은 채 대문도 담도 없는 슬래브집...  
1516 블랙 / 최장순
정조앤
Nov 23, 2023 52
블랙 / 최장순 배수터널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른들이 양동이 가득 물고기를 들고 나온 장면을 목격한 터라 호기심은 그쪽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친구들과 저수지 수로를 따라 들어갔다. 빛을 모두 잠근 배수갑문은 두려움만 흘려보내고 무릎까지 무서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