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통신]미국인의 파티 문화
“각자 요리 준비하거나 더치페이,
어김없이 합리적인 생활태도로 부담없이 함께 즐기고 헤어진다 ”
서너 명만 모여도 파티라 부르는 미국이다.
삶을 즐기는 그들의 방식이다.
우리와 생소한 여러 이름의 파티들이 많다.
신부와 식사하며 결혼 준비를 하는 브라이덜 파티. 태어날 아이를 위해 산모에게 미리 선물을 주는 베이비 샤워. 귀신 복장을 한 채 집집이 돌며 사탕을 모으는 핼러윈 파티. 졸업 전에 하는 학생들의 쌍쌍 파티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파티라고 요란스럽거나 화려하지 않다.
그날 모임의 목적을 인지하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눈다.
음료수와 과자만 놓고도 흥이 나면 음악에 맞춰 춤도 추고 기분 좋게 놀다가 정해진 시간에 헤어진다.
그들의 파티에 어울리며 깨우친 몇 가지가 있다.
그들은 더치페이를 즐긴다.
지미의 생일파티에 초대되어 그린 필드라는 브라질리안 바비큐 식당에 갔다.
가족들이 스무 명쯤 모였다.
나는 그의 생일 선물로 모직 중절모자를 준비했다.
케이크를 자르고 나니 웨이터가 계산서를 들고 와서 나눈다.
남편은 손가락 둘을 내보이며 우리 부부를 가리킨다.
우리네 식으로 생일날 오라고 하면 음식은 당연히 당사자가 대접하고 축하객은 선물을 준비해 가면 되는 줄 알았다.
빈손이라도 환영하며 그 자리에 함께하는 것에 감사한다.
허례허식이 없고 체면치레를 중요시 생각지 않는다.
간혹 주최 측에서 음식값을 치르는 파티도 있다.
그런데 알코올음료는 각자 돈을 내야 한다.
물 커피 음료수는 포함되지만, 맥주나 칵테일은 각자 주문해서 마신다.
요즘은 한인 사회에도 결혼식 피로연이나 장례식에서 음식대접은 하지만 술은 원하면 본인이 내야 한다.
만만치 않은 술값 때문이기도 하고, 안 마시는 하객도 있으니 공평하게 하기 위해서란다.
초대를 받으면 우선 참석 여부를 주최 측에 알려야 한다.
동창의 딸 결혼식이 있었다.
신랑은 미국인이다.
청첩장에 피로연 참석 여부를 알려달라는 문구가 있었지만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화려하게 꾸며진 호텔의 피로연장에는 테이블마다 이름표가 세워져 있고 우리 자리는 없었다.
허둥대며 테이블을 더 만드는 직원들에게나 신랑 측 하객들에게 한국인들이 예의 없다는 인식을 주는 것 같아 눈치가 보였다.
복장을 확인해 봐야 한다.
남자들은 타이를 매는 정장 차림이어야 하는지 평상복도 괜찮은지 물어본다.
개비(Gabby)의 핼러윈 파티에 초대를 받았다.
핼러윈 날은 아이들이 분장을 하고 집집이 사탕을 얻으러 다니는 날이다.
그녀의 집 뒷마당에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마녀 죄수 경찰 나비 캣우먼 배트맨 아이언맨의 옷을 입고 있었다.
나와 남편만이 덩그러니 평상복 차림이다.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가 되어버렸다.
초대받은 시간에 따라 음식이 달라진다.
오후 2시에 친구의 티 파티에 초대를 받았다.
집에서 구운 케이크와 쿠키에 커피와 음료수가 준비되어 있었다.
잔치하면 상다리 휘어지게 차려서 배불리 먹으며 그만 내오라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가. 말 그대로 물만 마신 셈이라 기대가 배반당한 기분이었다.
꾸르륵 신호를 보내는 배를 붙잡고 돌아오면서 근처의 햄버거 식당으로 들어가 허겁지겁 먹었다.
보통 파트락 파티라고 각자 요리를 한 접시씩 준비해 가는 파티가 많다.
미리 연락해 메뉴가 겹치지 않게 준비를 하기에 샐러드에서 케이크까지 골고루 즐기게 된다.
집주인은 부담스럽지 않고 초대받은 사람도 당당히 한몫한 느낌으로 함께하게 된다.
오늘은 남편과 둘이 컴퓨터 앞에 앉아 어린이용품을 쇼핑했다.
조카가 임신해서 출산 예정일이 가까워 다음 주에 베이비 샤워를 한단다.
태어날 아이를 위해 산모에게 미리 선물을 주는 데 같은 품목이 겹치지 않게 그녀가 토이즈 알 어스(Toys r Us)라는 어린이용품점에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미리 정해 놓았다.
친지들은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그녀가 골라 놓은 것 중에서 예산에 맞추어 결제하면 된다.
산모는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준비하는 기회다.
현실적이고 합리적 미국인의 생활태도이다.
미국인들의 파티는 상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함께 즐길 수 있다.
그 자리에 함께한 사람은 마치 오랜 지기처럼 낯가리지 않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질 때면 미련 없이 툭툭 털고 일어선다.
작은 모임에도 의미를 두기에 그 자리를 소중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