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나의 기쁨을 아는가 / 신혜원
꾸물꾸물하고 으스스한 아침에 청소를 했다. 그 일은 어제와 오늘만의 일은 아니었다. 일상 어디서라도 휴지를 보면 그냥 지나갈 수가 없는 내 성격이나 습관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 집이 늘 청소로 인해 깨끗한 것은 아니다. 그날은 내가 생각해도 이상한 짓을 했다.
지난 토요일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밖으로 나왔다. 그동안 쌓여진 더러운 쓰레기가 아파트 출입구는 물론 길가에 진을 치고 있었다. 스트릿 청소하는 날이 매주 금요일이었는데 연초가 끼어서 쉬었는지 유난히 쓰레기가 쌓여있어서 눈살이 찌푸려졌다. ‘내가 왜? 이 거리청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면서 쓰레기를 길가에 내다버린 행인이나 홈리스가 은근히 미워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내가 쓸어야겠다는 마음으로 바뀌어 조금씩 쓸기 시작했다. 쓰레받기와 빗자루가 작아서 건너편 새로 생긴 쓰레기통에 갖다 버리는데 아마 수십 번은 왕래한 것 같다.
빗자루로 쓰는데 쓰레기가 눈에 가까이 들어오며 말을 걸어오는 듯 했다. ‘우리는 모두 주인을 잘못 만나 거리에 버려 던져졌습니다. 아유, 추워라.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서 사먹거나 사용하고는 아무데나 버립니다. 바람이 불어 떠돌다가 이렇게 모여서 있게 되었네요.’라고. 스타박스 커피 컵들과 빨대, 찐득해진 소다 깡통, 먹다 버린 햄버거 빵조각과 냅킨, 스낵이나 과자봉지, 담배꽁초, 뾰족한 핀이나 나사못, 깨진 맥주병, 나뭇잎과 가지들, 휴지, 입다 버린 셔츠가 음료수와 오물에 찌들려 푹 젖은 걸레가 된 것 등 가지각색이었다. 모두가 주인의 사연에 따라 버려진 쓰레기들이 불만을 터뜨리는 듯 했다. 가끔 길가에 주차하다 차가 삐지직 소리를 내는 이유도 이러한 위험한 쓰레기에 바퀴가 찔리거나 바퀴에 쓰레기가 치여 서로 아파서 내는 소리였다. 나는 속으로 ‘그래 너희들도 여기에 널려 있는 것이 속상했겠구나. 창피할 수도 있겠지. 차라리 쓰레기통에 모여 갇혀 있음이 안전하고 편하겠다. 내가 쓰레기통 안으로 데려가 줄게‘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쓸어버리다 보니 치워야 할 것들이 계속 눈에 들어왔다. 우리 아파트 앞뿐만 아니라 점점 옆으로 길게, 혹은 넓게 늘려갔다. 그러다 보니 길 건너에 있는 쓰레기까지 거의 다 치우게 되었다. 내가 조금 마음을 고쳐먹고 움직이니까 거리가 환해지고 마음도 뿌듯해졌다. 마치 쓰레기를 버린 사람들보다 한수 위에 내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대가 쓰레기를 버릴 때의 기분보다 그 쓰레기를 깨끗이 치워버릴 때 갖는 나의 기쁨이 얼마나 더 큰지 아십니까?’라고 마구 묻고 싶어졌다.
마지막 마무리를 하려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갈수록 더 많이 떨어지는 비의 속도를 따라 마지막 쓰레기를 버리려고 달려가는 내 마음도 함께 날아가는 듯 기쁨이 솟아올랐다. 행인도 별로 없었고 비가 오기 전에 그 일을 마친 것이 얼마나 후련하고 좋던지……. 일기예보에 의하면 한 시간 전에 비가 왔어야 했다. 내가 일을 마치기까지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비님께서 기다려주기라도 한 것일까.
거리를 청소하는마음,
누가 봐 주는 것도,
포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참 귀한 마음입니다.
그 숨은 기쁨을 누리시는
신혜원 선생님의 귀한 마음이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