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산에 다녀왔다.  

마음 같으면 매일 그곳에 가고 싶지만, 아직 일을 계속하고 있는 내게 그건 어렵고,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가까운 동네 산을 찾는 것이 벌써 수년째다.

 

동네 어귀를 지나치다 이 산책길을 우연히 처음 발견했을 때의 감동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혼자 산길을  오르며  눈앞에 서서히 펼펴지던 웅장함에 놀라던 첫 순간,

아름드리 나무와 야생화들이 나를 마중 나와 반겨주는 듯하던 느낌,

발바닥으로 느껴지던 흙과의 교감,

침묵 속에 자연과 하나 되어 충만하고 행복하던 느낌,

마치 다른 차원의 세계로 들어가는 듯하던 환상. 

 

나는 절로 시인이 되어 이렇게 읊으며 자연과 대화를 나누었다.

 

 

자연 속에서

 

맑은 하늘 아래 

엄마의 살 같은 땅을 밟는다. 

 

어린 풀꽃 여기저기 피어나고

물오른 나무들 팔 올려 찬양하네.

 

자연은 저마다 빛깔과 향기로

조화의 극치를 이루니

 

그들은 겸손한 나의 스승

황홀한 봄 산길 온몸으로 걷는다. 

 

언덕 위 해바라기, 새 옷 입고 나 기다리네. 

너, 누구의 혼이니?

 

무수한 나,

자연 속에서...

 

 

초봄의 싱그러운 바람을 한껏 들여 마시고 하늘에 떠가는 뭉게구름을 보며 이제까지 이 길을 걸었던 적잖은 시간, 오솔길에서 마주쳤던 정다운 사람들, 생각과 느낌들, 그 모든 것을 새삼 기억해본다. 

 

아까 산 초입에서 보았던 휠체어를 탄 할머니와 그녀를 밀어주던 남미계의 중년 커플이 아직도 시냇가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그들을 지나치며  인사의 손짓을 해 보냈다.  할머니로 부터 환한 염화미소가 돌아왔다. 

 

개울가에서는 여느 때보다 더 힘차게 귀뚜라미들과 개구리들이 오케스트라를 연주하고 새들도 머리 위를 날며 하모니를 넣는다.

나도 그들과 하나 되어 중도를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