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겨운 크리스마스 캐럴이 실내 가득 울려 퍼지는 12월 중순의 아침,

크리스마스트리와 알록달록 불빛으로 장식한 나의 거실에서 따뜻한 핫초콜릿 한 잔을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다. 

 

달력을 보니 이제 딱 열흘 남았다. 

예전엔 손꼽아 기다리던 화려하고 성대한 축제의 날이지만, 이제 그리 설레지는 않는다. 

그래도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이 여유로운 시간이 좋다. 

 

팬대믹 중이라 가족과 친척, 친지 몇몇 외에 특히 따로 선물을 보낼 사람 명단도 없는 듯하다. 

원래 미니멀리스트인지라 꼭 필요한 물건 외에는 사지도 않고 그것을 누군가에게 주고 싶지도 않아 이번에도 쇼핑을 별로 하지 않았다.

 

나의 아이들은 자기들만의 독특한 취향이 있어 내 실력으로 그걸 맞춰주기가 쉽지 않아 아예 통장에 돈으로 넣어주고  갖고 싶은 것 마음대로 사라고 하는 편이 나을 듯하다. 그래도 섭섭하니까 따뜻한 스웨터와 장갑, 양말 등을 곁들여 줄 예정이다. 

 

방이 건조해서인지 마른기침을 가끔 하는 남편을 위해 가습기를 준비했다. 

이제 함께 노인이 되어가고 있는 두 오빠와 언니에게는 보약과 건강식을 준비했고, 

조카와 질녀들에게는 화장품,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에게는 앙증맞고 귀여운 겨울옷과 장난감, 그림책 등이 준비되었다. 

각 가족과 함께 즐겁게 지낼 수 있기를 바라며 초콜릿과 간식거리도 함께 넣었다. 

 

나날이 기력이 쇠퇴해가고 계신다는 시누님 부부께 홍삼을,  그리고 그들의 외동딸 가정에도 여러 가지 고루 담아 소포로 보내드렸다. 

 

평소 왕래가 있던 몇몇 지인들께도 각기 적당한 물건을 전해 드리며 그동안의 사랑에 고마움을 표현하였고, 또 내가 몸담은 소중한 '재미 수필가협회' 회원들과 나눌 소소한  생활용품 선물 몇 점을 기증하기도 하였다. 

 

크리스마스 카드에도 그간 함께해준  분들에 대한 고마움과 또한 그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염원을 한 자 한 자 적어 선물과 함께 넣었다. 

 

크리스마스에 우리는 왜 선물을 주고받을까?

어쩌면, 먼 옛날  별빛을 따라 아기 예수를 영접하러 찾아가던 동방 세 박사의 마음으로 우리 주위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 보고픈  의도가 아닐지?

그 범위를 확산하여 갈 수 있다면 더욱더 좋겠다. 

 

이 크리스마스에 모두 티 없이 순수한 아기 예수의 모습을 회복하는

복된 성탄 대림의 시간이 되길 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