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의 기차가 이제 종착역에 거의 다 이르렀다. 매년 그러하긴 하였지만 정말 빠르게 지나간 한 해였다.

 

개인적으로는 업무로 많은 시간을 보낸 한해였다. 그래서 기억에 남을 큰 추억거리는 없지만 그래도 고마운 마음이다, 나와 가족이 건강한 몸과 건전한 정신으로 별 탈 없이 잘 보낼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하여.

 

코로나로 인해 거의 모는 나날을 집에서 갇혀 있던 시간이었지만 왠지 성취감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닌 듯하다. 외부와의 접촉이 거의 없는 상태 속에서도 나는 내적인 충만감을 느끼고 있다.  행복이란 외적인 조건 없이도 각자의 마음가짐에 따라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마침내 알게 된 것 같다. 

 

그동안 줌 미팅을 통하여  집에서도 요가를 계속할 수 있었던 점에 대해 고마운 마음이다. 

그리고 시간 나는 대로 불교에 대해 나름대로 탐구도 해보았다.  특히 연기법과 중도사상은 내게 세상과 우주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조선 선비의 사상이었던 유교에 대해서도 더 알아보고 싶다. 

 

그간 개인적인 변화가 몇 가지 있었다. 

평생 커피에 거의 중독이라 할 만큼 아침부터 온종일 커피 없이 살 수 없을 것 같던 내가 커피를 더는 마시지 않고 있다.  지금 두 달 정도 되었는데 커피 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다. 대신 황칠 차를 마시는데 이 차는 머리를 맑게 하고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고급 차라  즐겨 마시고 있다.

그리고 이제 육식을 하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기로 한 것도 아닌데 저절로 고기가 싫어졌다. 아직도 닭이나 생선요리는 먹지만 붉은 육류는 먹지 않는다. 

그리고 밀가루 음식도 거의 먹지 않고,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오전 11시까지는 식사를 피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이 별 저항 없이 자연스럽게 진행되어 가고 있는데 이것은 좋은 변화인 것 같고 아마 때가 된 것이 아닌가 짐작하고 있다.

 

내년에도 당분간 나의 생활 패턴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  그저 성실히 일하고 작은 것들에 행복을 느끼는 생활.

소망이 있다면 텃밭을 가꾸어 내 손으로 상추와 풋고추를 재배하여 먹어보고 싶은 것,

그리고 글을 더 자주 쓰고 가끔 그림도 그리고 싶다. 

 코로나가 풀리면 못다 한 여행을 하고 싶다.

 

며칠간 내린 비가 온 세상을 깨끗이 청소해주고, 내 마음도 따라서 차분히 정리되는 기분이다. 

시들어가던 뒷마당의 초목들이 파릇파릇 소생하여 반갑고 기특하다.  

오후에 오랜만에 남편과 함께 발보아 호수를 한 바퀴 돌며 지난 한 해를 마감하는 작은 세리머니의 시간을 가졌다. 

 

안녕, 2021, 내가 살았던 정든 시간이여! 이제 영원 속으로 사라져 고요하라!

 

웰컴, 2022!

두 팔을 벌려 너를 맞이한다. 

나를 인도해 주렴, 맑고  밝고, 따뜻한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