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제 목 : `스승`과 `화냥년`의 어원
`스승`의 어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매우 다른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무격`이란 한자어가 있지요. `무`는 `여자무당`을, `격`은 `남자무당`을 말합니다. 그런데 옛 문헌을 보면 `무`를 `스승 무` `격`을 `화랑이 격`이라 되어 있습니다. 결국 `스승`이란 `여자무당`을 말하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여자무당`은 고대사회의 모계사회에서 대단한 지위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인디안 영화나 아프리카 영화를 보면 추장보다도 더 높은 지위에 있었던 사람은 제사장입니다.
결국 `스승`은 임금의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래서 임금님의 선생님을 한자어로는 `사부`라고 하는데, `사`자도 `스승 사`, `부` 자도 `스승 부`입니다. 결코 `선생 사, 선생 부`라고 하지 않습니다.
`여자무당`이 `임금의 선생님`으로 그 의미가 변화하였고, 이것이 오늘날 일반화되어 `스승`이 되었습니다.
`남자무당`인 `화랑이 격`은 오늘날 `화냥년`이라는 못된 욕을 할 때 사용하는 말로 변화했습니다. 이 `화랑이 격`의 `화랑`은 신라시대의 `화랑`과 같은 것으로 보입니다. `남자무당`도 고대사회에서는 중요한 귀족 중의 하나였습니다. 신라 향가인 `처용가`에 나오는 `처용`도 `화랑`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남자무당은 여자무당에 비해 그 위세가 약합니다. 오늘날의 무당의 세계도 일처다부제가 보이기도 할 정도이니까요. 처용이 아내가 다른 남자와 동침하는 것을 보고 물러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도 알고 보면 쉽게 이해가 가는 대목이지요. 그래서 남자무당은 이 여자무당, 저 여자무당을 찾아다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행실이 좋지 않은 사람을 `화냥이`라고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남자에게 쓰이던 것이 여자에게 사용된 것이지요. 간혹 `화냥`을 `환향`, 즉 `고향으로 돌아오다`라는 의미로 해석해서, 청나라에 끌려갔던 여인들이 몸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 왔다고 해서 붙인 이름인 것처럼 알고 있는 분도 있으나, 그것은 민간인들이 만들어낸 어원입니다.
12. 제 목 : `지어미`와 `지아비`의 어원
`지아비`와 `지어미`는 특히 한자의 뜻과 음에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즉 `부`를 `지아비 부`, 그리고 `부`를 `지어미 부`로 알고 있는데, 이때에 `아비, 어미`는 그 뜻을 쉽게 알 수 있지만, `지`의 뜻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원래 `집`의 소유격형은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15세기의 문헌에 보면 `짓아비, 짓어미`였는데 19세기말에 와서 `짓`이 `지아비, 지어미`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아비, 지어미`의 본디 뜻은 `집아비, 집어미`인 셈입니다.
13. 제 목 : `시냇물`의 뜻
`시냇물`의 의미를 모르시는 분은 없지만, 그 어원을 아시는 분은 그리 많지 않으시리라 생각됩니다. 본래 `시냇물`은 `실`+ `내` + `물`이 합쳐져서 생긴 말입니다.
`실`은 `곡(골 곡)`의 뜻입니다. 아직도 고유지명에 `실`이 쓰이고 있습니다. `밤실` 등 무척 많습니다. 결국 골짜기란 뜻입니다.
결국 `시냇물`은 `골짜기를 흐르는 냇물`이란 뜻입니다.
14. 제 목 : `양이 찼다`의 `양`의 뜻
음식을 먹은 후에 `양이 찼느냐?`고 묻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때의 `양`은 `질량`의 `양`, 즉 한자어 `양`이 아닙니다. 이 `양`은 순수한 우리말입니다.
`양`은 `위장`이라고 할 때의 `위`에 해당하는 우리말입니다. 그래서 쇠고기 중에 `곱창`도 있고, `양`도 있지요.
그래서 `양이 찼느냐?` 하는 것은 `위가 찼느냐?`는 뜻입니다. 즉 `배가 부르냐?`는 뜻이지요. 그리고 `곱창`의 `곱`은 `기름`이란 뜻을 가진 우리말이었습니다. `눈곱`의 `곱`과 같은 것입니다.
`곱창`은 `곱`+ `창자`의 `창`이랍니다. 기름이 많은 창자이지요. `애`가 `창자`라는 사실은 이순신 장군의 시조에 `나의 애를 끊나니`에서 배워, 알고 계시겠지요.
한 가지 더 말씀 드리지요.
`폐`는 우리말로 `부아`(옛날에는 `부하`)였습니다. 그래서 `부아가 난다.`고 하지요. 화가 나면 숨을 크게 들어 마셔서 `허파`가 크게 불어나지요. 그래서 `부아가 난다`는 `화가 난다`는 뜻이 되었습니다.
우리 국어에서는 이렇게 신체 부위를 가지고 감정을 표시하는 경우가 무척 많습니다. 몇 예를 들어 볼까요?
머리가 아프다. 골치가 아프다. 머리카락이 곤두선다. 귀가 가렵다. 귀가 따갑다. 눈꼴이 시다. 눈물이 날 지경이다. 부아가 난다. 손이 근질근질한다. 애가 탄다. 애간장을 녹인다. 입이 나온다. 핏대가 난다.
이 이외에도 무척 많지요.
15. 제 목 : `결혼하다`와 `혼인하다`의 뜻 차이
오늘날 `결혼하다`와 `혼인하다`는 동일한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즉 marriage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옛날에는 `결혼하다`와 `혼인하다`는 다른 뜻이었었습니다. 즉 `혼인하다`는 오늘날 쓰이고 있는 것과 같은 의미였지만, `결혼하다`는 다른 뜻이었습니다.
`철수가 복동이와 결혼하였다`란 말을 쓸 수 있었습니다. 이 문장의 의미는 `철수`의 자손과 `복동`의 자손이 `혼인`할 것을 결정하였다는 뜻이었습니다. 따라서 남자와 남자, 그리고 여자와 여자끼리 결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어에서는 `결혼하다`가 오늘날 남녀 혼인의 뜻으로 쓰이고 있는데, 이것이 우리 국어에 들어 온 것입니다.
그래서 예식장에 `결혼예식장`과 `혼인예식장`이란 명칭이 다 보이지요?
`혼인하다`란 뜻은 `혼`은 `신부집`을 말하고 ``인`은 신랑집을 말한 데에 기인합니다. 옛날에 혼인을 할 때에는 신랑이 `혼` 즉 신부집으로 먼저 가서 예식을 올립니다. 즉 `장가`(장인의 집)를 가지요. 그리고 사흘 뒤에 신부를 데리고 `인`(즉 신랑집)으로 옵니다. 즉 신부는 `시집`을 가지요. 그래서 `장가가고 시집간다`는 말이 나온 것입니다.
16. 제 목 : `고뿔`과 `감기`의 어원
지금은 감기라고 하지만, 옛날에는 모두 `고뿔`이라고 했습니다. 이 `고뿔`은 마치 `코`에 `뿔`이 난 것처럼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실제로 이것은 `코`에 `불`이 난 것입니다. 즉 `코`에 열이 난다는 뜻이지요. 이전엔 `곳블`이었습니다. 즉 `코`를 뜻하던 옛날말인 `고`에 `불`(되었던 것인데, 원순모음화가 되어 `곳불`이 되고 다시 `뒤의 `불`이 된소리로 되어(마치 `냇가`가 실제 발음으로는 `내까`가 되듯이) `고뿔`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한자어인 `감기`가 이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는데, 이 `감기`란 한자말은 `복덕방``사돈`, `사촌` 등처럼 우리 나라에서 만든 한자어입니다. 혹시 일본어에서 온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일본어에서는 감기를 `풍사(바람 풍 사악할 사)`라고 하니깐요.
17. 제 목 : `옛날 옛적 고리짝에`의 어원
오늘날의 어린이들은 쉽게 책과 접할 수 있어서 많은 동화책을 읽을 수 있었지만, 연세가 좀 드신 분들은 어린 시절에 그런 동화책 대신 우리의 전래 동화나 신화 전설 민담을 할아버지 할머니께 듣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그 할머니나 할어버지의 옛날 이야기는 으례 이렇게 시작되곤 하였지요.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에 어떤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옛날 옛적 고리짝에 한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그런데 그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도 아마 `옛날 옛적 고리짝에`의 `고리짝`의 뜻을 알고 말씀하신 분은 거의 없으시리라 생각됩니다.
그냥 입에서 귀로 전래되어 와서 그냥 말씀하신 것일 뿐이지요.
`고리짝`이 `고려 적`(고려 때)이 오랜 동안 구전되어 오면서 그 뜻을 잃어버린 단어임을 아셨더라면, `옛날 옛적 고려 적에`로 말씀하셨겠지요.
옛날 이야기는 먼저, 지난 시기에 일어난 이야기임을 듣는 사람에게 알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조선 시대에는 그 이전의 시대, 즉 `고려 시대`를 언급해야 했을 것입니다. 이것은 오늘날 남아 있는 많은 고소설의 대부분이 `조선 숙종대왕 즉위 초에` 등으로 시작하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조선 시대에는 `옛날 옛적 고려 적에`로 시작된 것인데, 이것이 오늘날 `옛날 옛적 고리짝에`로 변화된 것이지요.
18. 제 목 : `거지`와 `x지`의 어원
남에게 빌어서 얻어먹고 사는 사람이 누구일까요?
그것은 `거지`입니다. 이 `거지`의 어원은 무엇일까요? 어떤 책을 보니까, `거지`는 `걷다`(거두어 드린다)의 `걷-`에 사람을 나타내는 접미사인 `-이`가 붙어서 `걷이`가 되었는데, 이것이 구개음화되어 `거지`가 되었다고 써 놓았더군요. 하지만 이것은 우리말의 옛날 형태를 모르는 데에서 온 실수입니다. 옛날 문헌을 보면 `거지`는 `거아(아래아 자)지`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것은 중국어 `걸자`(빌 걸, 아들 자)의 중국어 발음을 그렇게 써 놓은 것입니다. `걸`에 접미사인 `자`가 연결된 단어입니다. `자`는 중국어의 접미사인데, 우리말에 와서는 두 가지 음으로 읽혔습니다. 하나는 `자`이고 또 하나는 `지`입니다. `판자`는 `판자집`일 때에는 `판자`이지만, `널판지`일 때에는 `판지`로 읽습니다. `주전자, 감자, 사자, 탁자` 등의 `자`는 `자`로 읽지만, `가지(식물의 하나), 간장종지, 꿀단지` 등의 `자`는 `지`로 읽습니다. 남자와 여자 생식기의 이름인 ``-자`가 붙은 것인데 모두 `도 결국은 한자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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