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쟁이"와 “미장이"

우리말에는 'ㅣ'역행동화가 매우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ㅣ'역행동화라는 것은 뒤의 'ㅣ'소리의 영향을 받아서 앞의 소리가'ㅣ'소리를 닮아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서 '먹이다'를 [멕이다]로 발음한다든지 '손잡이'를 [손잽이]로 발음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예 가운데 '~장이'와 '~쟁이'가 있는데, 이 두가지가 상당히 혼란스럽게 쓰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장이'라는 말은 대개 어떤 직종이나 물건 이름 등에 붙어서 그것을 만들거나 그 직종에 종사하는 기술자임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서 집을 짓거나 고칠 때 흙을 바르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은 '미쟁이'가 아니라 '미장이'이고, 갓을 만드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은 '갓쟁이'가 아니라 '갓장이'가 올바른 표현입니다.

반면에 '~쟁이'는 그 외의 경우에 붙는 형태입니다. 예를 들어서 멋을 부리는 사람은 '멋쟁이', 심술을 잘 부리는 사람은 '심술쟁이'이고, 나무나 벽 등을 타고 올라가는 식물은 '담쟁이 덩굴'이라고 부릅니다.

정리해 보면, 기술자에게는 '~장이'라고 하고, 그 외에는 '~쟁이'라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

 

 

 

◈“선택사양"과 “선택사항"

요즘 신문이나 잡지에 나오는 광고나 집으로 들어오는 광고지들을 보면 '선택사양'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곤 합니다.

자동차의 경우를 보면 '에어컨'이나 '에어백' 등과 같은 것은 '선택사양'이라고 적혀 있고, 아파트의 경우에는 '벽지'나 '부엌 시설'같은 것을 '선택사양'이라고 적어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주문품의 경우에 선택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는 품목을 가리킬 때 자주 쓰이는 표현인 이 '사양'이라는 말은 어디에서 온 말일까요?

이것은 우리 국어사전에도 나와 있지 않은, 일본에서 만들어 쓰는 한자어인 '시요'를 우리식 발음으로 '사양'이라고 읽은 것에 불과한 말입니다.

그리고 '옵션(option)'이라는 말도 같은 뜻으로 사용하는 영어 표현입니다.

그러므로 단순히 주문품의 내용이나 모형을 제시한 것이라면 그냥 우리말 표현으로 '선택내용'이라든가 '선택사항'이라고 하면 됩니다.

그리고 복잡한 설계 그림이나 내용을 적은 것이라면, '사양서'라는 일본식 한자어 대신에 '설명서' 또는 '내용서'라고 쓰면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지금까지 우리말이겠거니 하고 그냥 써 오던 말 중에는 일본식 한자어가 많기 때문에, 그것이 우리식 표현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게 될 때마다 쉬운 우리말 표현으로 고쳐쓰는 노력을 계속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이러한 노력만이 아름다운 우리말을 제대로 지켜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려먹다"와 “울궈먹다"

"자네 신문에서 어느 파렴치한에 대한기사 봤나?"

"응.남의 비리를 약점으로 잡아서 1년 동안이나 돈을 울궈내다 잡힌 사람

말이지?"

흔히 어떤 구실을 만들어서 달래거나 위협해서 제 이익을 챙기거나 무엇인가를 억지로 얻어 내는 것을 '울궈낸다'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 '울궈내다'라는 말은 방언의 형태로 비표준어입니다. 이것은 원래 '우리다'라는 동사에서 나온 것으로 표준어 형태로는 '우려내다, 우려먹다'가 쓰입니다. 따라서 '돈을 울궈다'가 아니라 '우려내다, 우려먹다'로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우리다'라는 말에는 또 다른 뜻이 있습니다. 즉, 어떤 물건을 물에 담가서 그것의 성분이나 맛을 풀어서 낸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이 차는 여러 번 우려먹어도 맛과 향이 좋군요" "물 속에 담가 두었다가 쓴 맛을 우려내야 해요"

또 '그 친구는 도대체 똑같은 얘기를 몇 번이나 우려먹는지 모르겠군'과 같이 어떤 것을 계속해서 재탕, 삼탕할 때도 쓸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많은 분들이 사용하시는 '울궈내다'나 '울궈먹다'는 비표준어이므로 삼가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우리다, 우려내다, 우려먹다"로 쓰는 것이 맞다는 것을 꼭 기억해두시기 바랍니다. 

 

◈“천정"과 “천장"

"천정 부분에서 물이 새서 천정을 뜯어고쳐야 했습니다."

이것은 새로 입주한 아파트의 방 위쪽에서 물이 새서 뜯어고쳐야 했다는 피해자의 얘기입니다.

우리 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단어 중에는 원래 한자어에서 출발한 것이지만 점차 그 본래의 한자음을 사용하지 않게 된 것들이 있습니다.

앞에서 예로 든 내용 중에 '천정'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원래 '천정(天井)'이라는 한자말에서 온 것이지만, 표준어 맞춤법에 따르면 '천장'으로 쓰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먹는 과실 중에 '호두'나 '자두' 같은 것도 원래는 한자의 '복숭아나무 도 (桃)'자를 사용하는 '호도 (湖桃), 자도 (紫桃)' 라는 한자말에서 왔지만 지금은 '호두' 와 '자두'라고 쓰도록 되어 있습니다.

또 어떤 특징을 가지는 아이라는 뜻을 나타내면서 애칭으로 쓰는 '~등이'라는 말도 역시 한자의 '아이 동 (童)' 자 다음에 '이'가 붙은 '~동이'라는 말에서 온 것이지만, 이것이 '~둥이'로 바뀌어 쓰이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쌍동이'나 '늦동이'가 아니라 '쌍둥이', '늦둥이'와 같이 써야 바른 표현이 됩니다.

정리해 보면 '천정'이 아니라 '천장'이고, '호도'나 '자도' 가 아니라 '호두' '자두'이며, 또 '쌍동이' 나 '늦동이'가 아니라 '쌍둥이', '늦둥이'라고 해야 올바른 표기이며 올바른 발음이 됩니다

   

◈“스프링쿨러"와 “스프링클러"

넓은 잔디밭이나 정원 같은 곳에서 빙빙 돌아가면서 물이 나오는 것을 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무더운 여름철에는 그런 광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처럼 잔디밭이나 채소밭 같은 곳에 빙빙 돌아가게 만들어서 물을 뿌리는 장치를 가리켜서, 대부분 이것을 '스프링쿨러'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이것을 올바른 표현이 아닙니다. 아마 물이 뿌려지는 것을 보면서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쿨러'라는 말을 연상하게 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것의 정확한 영어 단어는 '스프링쿨러'가 아니라 '스프링클러(Sprinkler)'입니다. 이 말은 영어에서 '액체나 분말 따위를 흩뿌린다.'는 뜻을 가진 'Sprinkle'이라는 동사에서 나온 말입니다. 이것을 우리말 표현인 '물뿌림 장치'나 한자어인 '살수 장치'로 바꿔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불이 났을 때를 대비해서 일정한 온도가 되면 천장에 설치된 많은 수도꼭지에서 자동으로 물이 쏟아져서 불을 끄게 만드는 장치가 있습니다. 이것을 영어로'스프링클러 시스템(Sprinkler System)'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것 역시 '스프링쿨러'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도 우리말 표현인'물쏟음 장치'나 한자어인 '자동소화장치'로 바꿔 말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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