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속도 모르고 – 김영교 4/11/2023

 

화요일이었다. 정원사 황장로는 나를 보자마자 ‘권사님, 얼굴 좋아지셨네요' 마스크 위로 베꼼이 노출된 뺨을 보고 한 말이었다. 늘 내 건강을 염려해준다. 몇십 년째 가족 같은 관계이다. 오늘은 윤장로 내외와 보타닉가든 장미화원 꽃구경 가는 날이다. 모처럼의 외출이다. 두 내외도 나를 보고 얼굴 좋아졌다는 똑같은 인사를 한다. 지난번 오랫만에 선교회 모임에 참석했다. 코로나 거리 두기로 서로 못 만난지가 오래되었다. 선후배 모두 건강에 유념해 오는 처지다. 식사도 건강식 위주로 하고 건강관리가 대화에 자주 뜬다. 이런 판국에 모두 나를 보고 얼굴 좋아졌다고 하니 듣기에도 기분 좋은 인사다. 옷을 껴입고 목 스카프를 두르고 모자를 써도 100 lbs가 안되는 비쩍 마른 체형에 얼굴만 좋아져야 얼마나 좋아졌을까 싶다. 그냥 인사겠지 하고 화장실 가서 나를 찬찬히 보았다. 얼굴에 주름 하나 없이 통통하게 살이 올라 과연 보기에 인삿말이 듣기 좋았다. 주위에서 하는 인사가 빈말이 아니었다. 편하게 마스크를 하고 안경 쓰고 모자 눌러쓰고 민얽굴,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화장끼 없는 체로 외출이 이제는 뉴노멀이고 자유롭게 되었다.  

산책길에 만나는 구역식구들도 민얼굴을 보고 좋아졌다고 한 마디씩 하니 나 스스로도 건강이 좋아져 얼굴부터 좋아지나보다 싶었다. 모두 내 건강 상태를 염려 해주는 관심 어린 관찰의 말로 들렸다. 자꾸 토하기 때문에 엔수어도 멀리 두었다. 프로틴 결핍의 부실한 체중에, 면역 저하 얼굴에 살이 올랐으니 반가운 일 아닌가. 이 나이에 주름도 안보이고 볼그스럼하게 통톨 홍조까지 보이니 열심히 해온 운동한 탓인가 여기게 되었다.

4월 중순에 있었던 내 생일에 며느리가 가까운 내 친구 여덟명을 초대, 조촐한 생일잔치를 베풀었다. 찍은 사진을 보니 내 얼굴에 통통하게 살이 붙어있는 모습이 체중 미달의 사람 같지 않았다. 남겨질 사진에서라도 다행한 일이었다. 스위스 사는 조카는 '이모, 몸 좋아시졌네요! 신나는 탄성이다. 나도 속으로 복용하는 생 로약젤리 때문에 살이 붙었나 하며 매일 체중을 달아본다.

카톡에 올라온 내 생일 사진 보고 모두 주위에서 몸 좋아졌다고 좋아들 했다. 내가 봐도 그런 것 같다. 나 자신도 그러기를 엄청 바란다. 이상한 것은 몸무게는 늘지않고, 식후 복용해야 하는 처방약 때문에 하루에 여섯끼를 먹고 대비해왔다.월요일 마다 검진하러 병원에 가보면 병원 저울로도 체중은 변동이 없다. 그런데 얼굴에 살이 올라 보기에 좋으니 참으로 신통힌 일이다. 염려해주는 주위 친구들을 안심시키느라 증명사진 같은 이 절호의 사진을 퍼 날랐다. 

주름 없어 보이는 팽팽한 둥근 생일사진, 내 스스로 봐도 그렇다. 처방약 (Prednisone)를 복용해온 후유증인 것을 안 것은 후배 약사 모니카의 사이드 이팩트- 문 훼이스 (Moon Face)라는 얘기다. 저방약을 중단하면  푹 쪼그라 들고 말 초생달 얼굴이 되겠지 싶다. 온달이든 반달이든 내 모습 생긴 이대로 건강로(路) 진입만 하면 좋겠다. 쾌청한 나의 남은 날을 기대해 본다.

 

사이드 이팩트였다.(Prednisone  mfg Novitium)

주름  없이 팽팽한 생일 얼굴사진, 다행이라 해야할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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