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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 이태영 작품 #17432 광교 호수공원 5-29-2022

 

 

나이 값은 / 김영교

 

생일 아침이 밝았다. 기대에 부풀어 애타게 기다리는 철부지 나이는 아니다. 내 생명이 어머니를 통해 이 세상에 도착한 날, 바로 사흘 뒤 지어진 이름도 따라왔다.  수십번의 생일, 여느 날과 같은 속도로 올해도 어김없이 나에게 와 닿았는데 이번에는 좀 다르다. 자동차 씽씽 못 모는 내 운전 하락이 안스럽게 비춰졌다. 주위에서는 데려다 주고 픽업하겠단다. 작년 보다 오늘 생일에 신경을 많이 쓰는 눈치다. 건강식으로 규칙적으로  잘 먹어야 한다면서 음식에 많이 치중한다. 입의사 충고가 넘친다. 대화중에 다른 점은 나의 결핍을 당당하게 지적해 준다. 점검해보라는 선의의 메시지라면서. 그래서 스스로 다짐하고 결심한다. 부끄럽지 않고 조금씩 뻔뻔해져야 서로가 편해지는 것 같다고. 나이 탓으로 돌리며 타협쪽으로 기운다. 

 

생일 하늘은 밝고 바람 시원하다. 더 웃자, 더 걷자, 더 칭찬하자, 더 조심하자, 그리고 최선을 다하자 등의 마음속 풍선을 띄운다. 깃발이 펄럭인다. 푸릇푸릇 아무도 밟지 않은 남은 싱싱한 날들이 깔려있다. 밟으며 조심스레 나아가야겠다.

 

'생일 축하해요'는 참으로 정답고 많이 들어 익숙한 인사다. 생일 축하를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오늘 같은 날 ‘복 많이 누리세요’ 라고. 이미 받은 복을 인정하고 그 복을 놓치지 말고, 잃지 말고 잊지 말고 누리라는 환기의 축복인사가 더 건강을 빌어주는 쪽이기 때문이다. 자고로 축하는 언제나 주는 주체가 있고 당사자는 받는 피동쪽으로 나 자신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해 왔다, 생일 날 하루만이라도 하늘도 땅도 모두 나를 위한 축하 무드이기를 그 날 주인공의 심정이리라. 당신이 태어난 날이 오늘이고 오늘까지 복을 누리고 살았으니 축하 받는 게 당연하다는 무의식적 의도이다. 부모가 자식 생일에 또 후손에게 축하 또는 축복을 빌어주는 것은 사랑 표시가 아닌가. 그렇다면 복을 관리하는 누군가로부터 사랑하는 인연에게 '주어지기를' 그렇게 여겨온 의식구조는 어제 오늘 생긴 게 아니어서 탓할 생각은 없다. 만약에 줄 사람은 생각도 준비도 꿈도 꾸지 않는데 복받을 김칫국부터의 궁리라면 좀 무안하고 멋 적지 않을까싶은 생일 당사자의 기우도 있다.

 

여러 해 생일을 맞을 때 마다 복 받아온 자족의 나날들...축하 받으며 복이 어디서 부터 내리기를 바라며 살아온 그야말로 복에 허기진 우리의 일상이라면 생일 축하가 수명 연장과 관계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축하합니다, 혹은 축복합니다 이면에 있는 우리 조상들이 생각했던 고전적 복의 개념, 살펴보면 이렇다.

첫째는 수(壽, 오래 사는 것)

둘째는 부(富,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사는 것)

셋째는 강녕(康 寧, 육체적으로 또 마음으로 건강히 편안하게 사는 것)

넷째는 유호덕(攸好德, 덕을 좋아하는 일상적 태도로써 선행으로 덕을 쌓는 것)

다섯째는 고종명(考終命, 고통 없이 생을 마치는 편안한 죽음) 등 오복이다.

기독교적 접근의 복은 그늘 푸른 잎사귀와 과일을 내놓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와 같다고 시편은 천명한다.

 

복은 스스로 내 놓은 만큼 돌아온다. 베푼 만큼 ‘돌아오는’ 것이다. 흘러넘치는 복은 누군가가 복의 씨앗을 이미 뿌렸기 때문에 내가 지금 거두고 받아서 누리는 것이리다. 누리는 만큼 감사하고 베푸는 만큼 기쁜 것이다. 이것이 심는 대로의 법칙 (갈라디아서 6:7)이 적용되는 삶이다. 우리는 이미 복 주기를 기뻐하는 하나님의 축복 테두리 안에 있다. 그가 피 흘렸던 그 십자가 선물! 그 큰 댓가! 우리는 지금 누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미 그가 준 복을 알고 깨우쳐 세어보면서 감격하는 작은 가슴이면 족하다. 그 다음 감사는 자연발생적으로 오는 순서이다. 우리 모두 베풀고 내놓는 '복의 출발'에 참여, 소망과 기쁨을 누리기를 바라는 절절한 마음이다. '생일 축하해요' '축복 합니다. 건강하십시요' 라고 아뢴다. 생일이 없는 사람은 없다. 세상에 나온 그 날을 기억하고 복을 빌어주는 '해피 버스데이'는 세계에서 제일 많이 불러진 노래로 기니스 북에 까지 올라가 있다.

 

금년에 맞는 생일은 코비나, 거리두기를 건너 격리의 시간속에서 뜸들기를 묻어두었다. 시간이 내곁을 조심스레 지나가고 있다. 생각의 전환이 왔다. 생일축하 미역국 없어도 매일매일이 생일과 다름없는 고마운 일이 속출한다. 감사한 마음이 생기는 것은 저절로이고 덤이라는 말이다. 생일 하루만이라도 우리 모두 베풀고 내놓는 '복의 출발'에 참여하면 어떨까! 생일 축하해요', '복 많이 누리세요' 라고. 바로 복 있는 자의 삶 한 복판에 서있는 스스로를 발견토록 하는 일, 어렵지 않다. 남의 생일을 함께 기뻐하고 좋은 일을 빌어주는 일, 의미있다. 내가 기분이 좋아진다. 시간관리에 서툰 나는 나이값을 하며 살고싶다고 스스로에게 당당하게 요구한다. 기쁨 누리는 365일이 다 생일인것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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