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병문안 

문 열어 달라고 메인 게이트에서 연락이 왔다. PV에 사는 후배 친구다. 정성을 담아 준비해온 죽을 전해주려고 소리소문 없이 내려왔다. 사람이 없으면 철문 출입문 손잡이에 매달아 놓고 떠나려 했단다. 따끈한 통보리 잣죽 김 치병 한 병을 식기 전에 내 품에 안겨주고 훌쩍 떠났다. 먹먹해서 인사하는데 친구는 시동도 끄지 않은 체 훌쩍 떠나고 말았다. 고맙다는 나의 인사말은 엔진 소리에 눌렸다. 정성은 이미 녹아있다. 죽 쑤느라 후배 친구는 부엌에 한참을 종종 걸음 했을꺼다. 식을까봐 달려왔을꺼다. 서둘러 전해주려고 눈인사도 건너띠고... 따끈했다. 약간 소금 간을 하고 보니 더 구수하고 부드러웠다. 식지 않고 아직도 뜨거운 것을 보니 그 댁 부엌에서 우리집으로 초고속 직행노선이었나보다.

부드럽고 맛도 있어 점심도 저녁도 잣죽으로 달랬다. 속이 한결 편해졌다. 양이 엄청 많다. 작은 통 여럿에다 분산해서 날짜와 내용물 라벨을 붙인 후 냉동 칸에 저장했다. 며칠 수월하게 됬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거리두기를 종용, 6 feet 격리가 왠말? CNN은 사망자 숫자 알리기 바쁘다. 살아있어 배고픈 나는 얼려 놓은 통보리 잣죽을 녹여 먹는다.

같이 먹어줄 사람 옆에 없다. 냉동 칸 음식이 줄지 않고 있어 통보리 잣죽 열심히 먹을 참이다. 

고마움이 낳은 '통보리 잣죽 '이란 시 한 편이 태어났다. 

통보리 잣죽 / 김영교

그 먼 거리를 단숨에 달려온 발길, 사랑이 였네

김 모락모락 죽 한 병 식을세라 

정성 보자기는 싸고 또 쌌네, 분명 사랑이였지.

차고 옆 출입문에 매달아 놓고

'거리두기 '에 남겨질뻔한 그대 체온, 

통보리 잣죽 내 수저 가득   

삼킬 때 "캭" "캭" 목이 메이네

힘 실리는 피톨들 금새 퍼드득 새 한마리

날아올라 그대 사랑이여 

이른 아침부터 오래 서서  

속 아주 편한 하늘 죽  여기  

​곤고한 날이면 날마다 멀리 떠난 입맛

그 한복판에 날 앉히고 세포 방마다 먹이네

그대 사랑 마시네 숭늉을, 통째 마시네, 거푸 마시네

나는

죽 힘다해 일어서네

죽 힘 일어나네, 보듬어 안고

회복의 그 날 

문병 나설 참이네, 코로나 19번지 골목길 끝

저만치

세상 안에서 이제 밖으로 나갈 참이네

11/19/2020 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