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문 페이스’와 ‘초생달 얼굴’

김영교 / 수필가
김영교 / 수필가 

 

  • 글꼴 확대하기
  • 글꼴 축소하기​​​​​​

 

화요일은 정원사가 오는 날이다. 지난달에 못 만난 황 장로는 나를 보자마자 “얼굴 좋아지셨네요”라고 한다. 마스크 위로 빼꼼히 노출된 뺨을 보고 한 말이다. 늘 내 건강을 염려해준다. 몇 십 년째 사귀어 온 관계이다. 오늘은 윤 장로 내외와 식물원 장미화원 꽃구경 가는 날이다. 모처럼 외출인데 두 내외도 나를 보고 얼굴 좋아졌다는 똑같은 인사를 한다.

지난번 오랜만에 선교회 모임에 참석했다. 코로나 거리 두기로 서로 못 만난 지가 퍽 오래되었다. 선후배 모두 건강에 유념해 오는 처지다. 식사도 건강식 위주로 하고 건강 관리가 대화에 자주 뜬다. 이런 판국에 모두 나를 보고 얼굴 좋아졌다고 했다. 듣기에도 기분 좋은 인사말이다. 옷을 껴입고 목 스카프를 두르고 모자를 써도 늘 춥다. 100파운드가 안 되게 삐쩍 말라 얼굴만 좋아져야 얼마나 좋아졌을까 싶었다.

그냥 인사겠지 하고 화장실 가서 나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얼굴에 주름 하나 없이 통통하게 살이 올라 과연 인사말이 맞는 듯 싶었다. 주위에서 하는 인사가 빈말이 아니라고 수긍하게 이르렀다. 모두 내 건강 상태를 염려해주는 관심 어린 관찰의 말로 들었다.

편하게 마스크를 하고 안경 쓰고 모자 눌러 쓰고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화장기 없는 민얼굴로 외출이 가능해진자꾸 토해 영양보충제 엔슈어도 멀리 두었다. 프로틴 결핍의 부실한 체중에, 면역 저하 얼굴에 살이 올랐으니 반가운 현상 아닌가. 이 나이에 주름도 안보이고 발그스름하게 홍조까지 보이니 혹시 열심히 운동한 덕분인가 여기게도 되었다.


4월 중순에 있었던 내 생일에 며느리가 가까운 친구 여럿을 초대, 조촐한 생일잔치를 마련했다. 찍은 사진을 보니 내 얼굴에 통통하게 살이 붙어있는 모습이 체중 미달의 아픈 사람 같지 않았다. 사진에서라도 다행한 일이긴 했다. 나는 속으로 언니가 선물로 보내준 생 로얄젤리 덕분에 살이 붙었나 하며 매일 체중을 달아보는데 변동은 없었다.

건강이 회복되기를 나 자산도 엄청 바라고 바라지 않았던가. 이상한 것은 몸무게는 늘지 않았다. 식후 복용해야 하는 처방약 때문에 하루에 여섯 끼도 먹고 대비해 왔는데 말이다. 월요일마다 검진하러 병원에 가보면 병원 저울로도 체중은 변동이 없다. 그런데 얼굴에 살이 올랐으니 참으로 고마운 일 아닌가 싶다. 염려해주는 주위 친구들을 안심시키느라 증명사진 같은 이 절호의 사진을 퍼 날랐다. 주름 없어 보이는 팽팽한 둥근 생일사진, 내 스스로 봐도 장하다 싶었다.

처방약 스테로이드를 복용해 온 후유증인 것을 안 것은 약사 후배 모니카의 ‘문 페이스(Moon Face)’ 이야기를 듣고서다. 약을 복용하면 나트륨이 잘 배출되지 않아 얼굴이 붓는 문 페이스 후유증이 생긴다고 한다. 스테로이드 처방약을 중단하면 폭싹 쪼그라들어 초승달 얼굴이 될까. 온달이든 반달이든 내 모습 생긴 이대로 건강하기만 하면 좋겠다. 남은 날들이 쾌청하기를 기대해 본다.

 일상, 이제는 뉴노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