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폭의 행복


오메기 떡 한 상자가 병문안을 왔다. 가을이 제일 아름다운 동네라며 우리집 차고 앞 낙엽을 찍은 단풍이불 사진과 함께 떡 방문을 받았다. 이곳 주택단지 가을정취를 보는 사진작가 마음의 눈이 더 아름다웁다. 큰길 한나 건너에 있는 파머스 마켓 올가닉 견과류 및 과일을 그것도 골고루 직송 배달, 그 발걸음은 늘 놀라움을 자아잰다. 지난 가을 쥬주비 대추는 크고 당도가 꿀맛이었다. 빨리 건강회복하라는 겟웰 메시지로 받는다. 손위 누이같은 내가 투병의 병상을 거쳐 아직도 빌빌 하니깐 늘 마음이 쓰이는가 싶다. 성경읽으라 책받힘대도 선물로 내 책상에 놓여 있다. 늘 고마운 마음이다. 그런가 하면 오늘은 제주 특산물 오메기 떡 한 상자, 차조가 들어가있는 건강떡, 모양도 이쁘고 맛은 극상품이 계절 맞게 방문온 것이다. 멀리 제주 향토음식인 오메기 떡이 미국에 상륙, 토랜스 우리집 누옥까지 왔으니 정말 지구촌이다. 미개발된 내 입맛이 속도세상에 잘 적응, 살찌는 일만 남았다.   


몇해 전이다. 생일 선물로 사진작가 성진일장로가 준 커다란 액자의 사진 한 폭이 내 마음을 왼 종일 들뜨게 했다. 자동차 뒷좌석에 간신히 싣고 집으로 운반해 오면서 가슴이 마구 뛰었던게 기억에 남아있다. 조심스레 옮겨 훼밀리룸 벽난로 위 넓은 벽에 걸었다. 하루에도 수없이 내 눈길을 가져가는 지점이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기다려온 나의 빈 벽이었다.

 

성혜권사도 남편 따라 동행, 사진 팀이 멕시코 선교지에 갔을 때다. 그가 찍은 농촌 풍경, 지고의 평화스러움과 아름다움이 바람에 일렁이고 있다. 파아란 하늘 보자기에는 하얀 뭉게구름 몇 덩어리씩 풀어져 있다. 그 아래 일렬로 선 미루나무의 초록 이파리들의 반짝임이 어쩜 저렇게 눈부실까 싶다. 나무둥치 밑으로 넓게 펼쳐진 들판, 거기엔 누런 들풀들이 낮게 엎드려 한 방향으로 바람에 기대고 있다. 나름대로 제각기 적당히 떨어진 지점이다. 서로 사랑의 시선을 나눌 수 있는 상생의 간격으로 서 있는 게 무척 자연스럽게 보인다. 사진은 그 들판의 나무 그늘로 나를 데리고 들어간다. 어느덧 나는 목가적인 풍경이 된다.

 

지고의 아름다움이 풍경 구석구석에 숨어있다. 극치의 아름다움은 '보이지 않는 손'이 만들었다. 작가를 통해서 재발견된다. 몸을 낮추니 세상에 아름답지 않는 게 하나도 없다는 사진작가의 겸손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통해 자연이 재발견되고 발췌되고 축소되어가는 사진예술, 그리고 축소된 자연은 확대 또다시 무한대로 펼쳐진다. 멀리서 또는 가까이서 보는 이를 감동으로 흔들어 생명을 전이시키는 것이었다. 비우면서 가득 채우는 작업, 그래서 사진사와 사진작가의 차이점이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시선을 뗄 수 없이 깊이 빨려 들어간다. 바쁘게 허둥대는 내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지금 여기의 나 혼자만  누리는 지고의 평화로움이다. 조화와 균형 그 풍경 속에 앉아 있는 내 모습만 있을 뿐이었다. 원상에의 회복, 그 의미를 증폭시키는 그 힘은 사진작가의 몫이었다. 소용돌이치는 그 감격과 기쁨은 생명을 물오르게 했다. 이 행복감이야 말로 창조주를 의식하고 느끼는 감사가 근저를 이룬다. 살아났구나! 살아서 풍경의 한 부분이 된 나, 정작 가득 차오름을 체험한 기억은 참으로 소중했다. 참으로 유익한 가득 차오름이 었다. 그렇게 남아있다. 요새 뜨는 그림이나 사진의 힐링 데라피가 바로 이런거구나 싶었다.

 

문득 방황하던 젊은 날의 들판이 떠올랐다. 내 안의 상처들을 말끔히 아물도록 어루만져 주는 저 산()바람*! 고뇌의 들판은 사라지고 사막을 건너온 물기 머금은 바람 앞에 나는 자꾸 작아지고 있었다. 어린아이의 온전한 의탁이 일어난 것은 바로 그때였다. 입맛이 서서히 돌아오고 아픔이 줄어들면서 손바닥에 힘이 붙기 시작했고 내 골수 깊이 피톨이 생기고 디엔에이가 세포와 교신하면서 상생으로 달려가는 체험, 참으로 경이롭게 느껴졌던 일이 어제만 같다.


오늘도 외출에서 돌아오는 나의 시선을 맨 먼저 가져가는 한 폭의 저 사진그림, 나는 그 앞에 앉았다.. 눈이 행복하고 이제 입이 행복할 차례다. 마스크 벗고 손 여러번 씻은 후 이제 따끈한 둥글레 차 한잔에 제주 향토 오메기 좁살 떡 하나 먹을 참이다. 정말이지 좋은 세상이구나! 거리두기가 성가시기는 해도 음식문화 지구촌 섭렵을 실감하는 감사 철의 11월의 마지막 주말이다.

퇴:11-29-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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