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의 엄마가 주는 행복                                                                                                                                                

   엄마에게 도무지 감정을 속일 없다. 정확하게 무슨 일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마음 상한 일이 있었다. 누구와도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시간에 엄마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딸, 오늘도 감사한 하루 보내세요” 대답해 드릴  마음의 여유도 없고, 시간도 없었다간단하게 “네” 로만 대답하고 전화기를 덮었다. 퇴근시간쯤 되어 다시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응, 엄마” 평상시의 목소리로 전화를 받자 안도의 숨을 쉬신다. 아침에 무슨 있었냐고 물으신다. 없었는데 그러느냐고 했더니, 나의 “네” 라는 메시지가 힘이 없었다고 하신다. 타입되어 인쇄체 글씨 속에서도 딸의 감정을 읽어내는 엄마의 탁월한 예민함은 정말 놀랍다.

 

   모든 것이 은혜고, 감사라고 하시면서, 하나님께서 하신다고 하시면서 자식에 대한 걱정은 내려놓지 못하시는 거냐고 때로는 투덜대기도 하지만, 내가 부모 되고 할머니 되어 보니까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매주 화요일은 살찌는 날이다. 화요일 마다 엄마를 만나러 간다. 86 노모를 도와드리는 아니라 오히려 대접을 받으러 간다. 가자마자 홍삼 차에, 끊임없이 먹을 것을 내어놓으신다. 엄마의 반찬 솜씨는 변하지 않으신다. 나이 되도록 나는 김치를 담지 않고 엄마의 꿀맛 김치를 먹고 있다하지 마시라고 해도 자식들, 손주들 해주는 재미라고, 건강하여 이런 거라도 있으니 얼마나 감사하냐고 하신다.

 

   그런 엄마가 코로나에 감염되었을 때에는 너무나 놀랐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처음 유행하기 시작할 때는 치사율이 높아 공포스러웠다. 설사를 하시고 이런저런 증상이 코로나 같아 검사해 보니 코로나였다. 많이 아프신데 우리들한테 옮길까 문을 걸어 잠그고 들어서지도 못하게 하였다. 식사를 못하셔 죽을 끓여 갔는데 문고리에 걸어놓고 가라고 하신다. 식구들과도 격리시켜놓는, 아픈 사람 간호도 해드릴 없는 전염병은 정말 무섭다. 증상이 심해지자 의사인 조카가 밤에 응급실로 모시고 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맞은 주사를 맞으셨다고 의사손자가 있음을 얼마나 자랑스러워하시던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와 스스로 격리 생활을 하시면서 이겨내셨다.

 

   모든 것을 주시고도 해준 없다고 하시는 엄마, 너무나 가난하게 살았는데 당신의 희생 속에 철없던 우리는 가난하지 않았다. 나아가 우리는 엄마로 행복했다. 7순이 가까운 딸이 지금 9순이 가까운 엄마가 건강하셔서 너무나 행복하다. 엄마가 가까이 계셔서 행복하다.

 

    예일대학교 교수 로버트 레인(Robert E. Lane) 박사가 2000년에 행복을 증가시키는 것에 대해 조사했다. 그의 연구 결과 행복을 증가시키는 것은 수입이 아니라 가정생활 사회적 지지였다. 레인은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얻는 사회적 지지를 통틀어 동료애라고 부르고 동료애가 행복의 근원이라고 것이다. 지지해 주시는 엄마로 인해 우리 가족은 든든한 동료애를 가진 행복 공동체였다.

 

    나의 어린시절은 가장인 아빠가 일찍 세상을 떠남으로 엄마와 할머니의 고생이 많았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하느라 우리를 충분히 돌보지 못했음이 엄마 마음은 항상 미안함으로 남아있는 같다. 그러나 레인의 조사가 말해주듯이 우리 가족의 동료애는 삶의 어려운 구멍들을 메꾸고 지금도 서로의 존재 자체로 감사하고 행복하다. 철없던 어린 시절 엄마로 인해 행복했고 지금도 엄마로 인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