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나무에 열린 눈물
며칠 전, 권사회와 선교회의 카톡방에 급한 기도요청이 올라왔다. 금년 3월에 교회에서 파송한 최사라 선교사가 위급하다는 소식이다. 뇌압이 오르는 등 뇌수막염으로 보인다고 했다.
금년 3월 19일 긴 생머리에 화장기 없는 선하고 예쁘게 생긴 22세 어린 자매를 인도네시아로 선교사 파송식을 했다. 그녀는 두 차례의 단기 선교로 인도네시아를 다녀오면서 가난한 인도네시아를 생각하게 되었다. 두 번째 단기 선교에서 마지막 날 기도산책을 하던 중, 그 가난한 사람들의 허름한 집, 바로 그곳이 하나님께서 참으로 사랑하는 아들·딸의 집이라는 말씀과 그들에게 사랑의 ‘복음’을 전하는 선교가 가장 가치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받았다. UCLA에서 언어학과 컴퓨터공학을 공부하여 웹 개발을 하는 등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을 접고 그녀는 선교사의 길을 갔다.
인도네시아에서 예수님의 손과 발이 되고,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포로된 자와 억눌린 자에게 자유를 선포하겠다는 바람과 함께, 언젠가 자신도 바울처럼 담대하게 “나의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사도행전 20:24)”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수줍은 미소로 인사하고 떠난 모습이 눈에 선한데, 위중하다니! 권사회 기도모임과 온가족 토요 새벽기도회 등에서 많은 교회식구들이 울면서 기도했다.
자카르타의 의료팀이 싱가포르로 이송을 결정했다 하여 우리는 또 주님께 한마음으로 간절히 기도하였다. 수송과정에 주님 눈동자같이 보호하시고 안전하게 이송되기를, 모든 것 잘 이겨내고 감사로 하나님께 영광 돌리며 더 건강하게 되기를 기도했다. 하지만 지난 11월 6일 주일 새벽에 그녀는 천국으로 갔다. 하나님의 크신 뜻을 이해할 수 없는 우리는 너무 슬프다.
어느 권사님이 단톡방에 한국에 선교사로 왔던 루비 켄드릭(Kendrik, Ruby Rachel)의 글을 올렸다. 1907년 당시 조선에서는 외국인을 죽이고 기독교를 증오한다는 소문 때문에 엄마는 조선에 가는 것을 말렸다. 그러나 그녀는 한국으로 왔고 25세의 젊은 나이에 급성 맹장염으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면서 편지를 남겼다.
그녀가 남긴 마지막 편지에는 작은 씨앗이 되어 그녀의 심장을 조선 땅에 묻는 것이 그녀의 열정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조선을 향한 열정이라는 것을 말한다. 자신이 씨앗 되면, 하나님의 시간이 되면 조선 땅에 많은 꽃들이 피고 그들도 여러 나라에서 씨앗이 될 것이라는 편지를 썼다. 그리고 죽어가는 순간 자신이 죽거든 텍사스 청년들이 열 명, 스무 명, 오십 명씩 조선으로 오게 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한국에 복음을 심어준 루비 선교사처럼, 인도네시아에 최사라 선교사는 귀한 씨앗으로 뿌려졌다. 그녀의 씨로 인도네시아가 복음의 꽃동산으로 변할 것이다. 또 최사라 선교사는 우리의 가슴에도 기도의 불씨를 심어주었다. 우리는 그 어린 딸을 영적 최전방에 보내놓고 기도를 게을리했음을 회개했다. 온 교회에, 우리 각자에게 회개와 부흥의 불이 일어나라는 작은 불씨를 남기고 떠났다.
해마다 11월이면 예배실 입구에 감사나무를 만들어 놓는다. 성도들은 감사한 것을 적어서 나무에 매달아 놓는다. 올해는 감사나무에 회개의 눈물을 달아 놓아야겠다.
크리스천칼럼 11.13.2022 미주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