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미 자국이 생긴 식탁보 처리법

   얼마 전 우리 한글학교에서 폴란드의 동화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Iwona Chmielewska)의 ‘문제가 생겼어요’라는 동화책을 어린이들과 함께 읽고 토의했다. 작가는 2018년에 이어 2020년까지 2회 연속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 최종 후보에 선정되기도 했던 탁월한 동화 작가다.

   동화 작가로서 그녀는 특이하다. 그녀는 자신의 작품들에서 자신이 만든 세계로 독자를 안내하지만, 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독자의 상상력과 가능성을 유도하는 질문을 제시하여 독자로 하여금 창의력을 높일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녀의 작품 ‘문제가 생겼어요’도 해결책은 상상에 맡겨 두었다.

동화의 내용은 할머니가 수를 놓으신 식탁보에 얽힌 이야기다. 할머니가 수를 놓으신 그 식탁보를 엄마가 제일 좋아하신다. 주인공이 다림질을 하다 잠깐 딴생각을 했는데 엄마가 아끼는 그 식탁보에 흉한 다리미 얼룩이 생기고 말았다. 그 귀한 식탁보를 망쳤으니 큰일이 난 것이었다. 그 다리미 자국을 지우려고 애를 썼는데 도무지 지울 수 없었다.

   이리저리 궁리하고 여기저기 알아봐도 방법이 없었다. 거짓말을 할 생각도 해 본다. 동생이 했다고 할까?, 할아버지가 했다고 할까? 바람에 날아가 버렸다고 할까? 소용없는 일이었다. 어디론가 숨거나 도망가고 싶었다.

   엄마가 오셨다. 식탁보를 본 엄마의 반응은 예외였다. 큰 걱정을 했는데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어머, 정말 예쁜 얼룩이구나!”, 하시면서 다리미를 달구어 반대 방향의 다리미 얼룩을 하나 더 만드셨다. 얼룩은 물고기 모양이 되었다. 물고기 눈과 지느러미도 그려 넣었다. 할머니, 엄마, 주인공 세 사람의 아름다운 추억의 식탁보가 되었다.

   읽고 토의를 했다. 학생들에게 던진 질문은 “자신이 이런 실수를 했다면 자기 엄마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였다. 다양한 대답이 쏟아져 나왔다. “우리 엄마는 버리고 새것으로 사는 것을 좋아하셔요.”, “우리 엄마는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우리 엄마는 야단쳐요” “동화에서처럼 함께 예쁘게 꾸며요” 마지막 대답이 주를 이루었다.

   A4 용지 크기의 종이 레이스 식탁보에 다리미 자국 모양의 스티커를 붙여주고 학생들에게 문제를 해결해 보라고 했다. 조부모와 엄마, 아빠, 형 이렇게 대가족이 함께 사는 5살 어린이 반응이 너무 귀여워 지금도 생각하면 미소를 짓는다. 다리미 자국에 자기 얼굴을 그려 넣었다. 설명을 부탁했더니 “온 가족이 내 얼굴 보고 밥 먹어요, 행복해져요.” 아이에게서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의 향기가 번졌다.

   큰 학생들은 큰 학생대로 의젓한 대답을 했다. “환경 보호를 위해서 예쁘게 꾸며 재활용해야 돼요”, 다리미를 로켓으로 꾸며 “실수를 이용해 더 멋진 테이블보가 되었어요” 등등의 대답을 들으며 나는 어떤 엄마였을까? 우리의 자식들은 삶의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지금 우리의 가정, 교회, 나라, 사회, 개개인의 삶 가운데 생기는 문제가 너무나 많다.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뜻을 벗어나 지울 수 없는 얼룩이 되고 만 것이 얼마나 많은지, 힘으로도, 물질로도, 인간의 지혜로운 충고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 말이다.

   성경에는 365회 ‘두려워하지 마라’라는 말씀이 나온다고 한다. 일 년 365일 내내 즉, 매일 두려워하지 말라고 격려하신다는 뜻이란다. 모든 문제에 두려워하지 말고 우리 삶에 참 부모 되시는 하나님,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 앞에 꺼내놓고 하나님과 함께 아름다운 추억의 수를 놓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