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추억을 만듭시다
아름다운 추억과 함께 그 추억을 만들어간 사람을 기억할 수 있음은 현재와 미래의 동력이 되는 에너지가 될 수 있다.
세탁소에 옷수선을 맡기는 것들 중에는, 세월의 퀴퀴한 냄새가 배어있는 낡은 외투나 드레스 등을 고쳐 달라고 가져오는 손님들이 있다. 수선하는 삯이 새 옷을 사는 것보다 많이 든다고 말한다. 그들은 할머니에게서, 엄마에게서 물려받았다고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며 수선을 부탁한다. 할머니와 어머니의 사랑의 이름다운 추억을 입는 것이다.
나의 어린 시절 가난했지만 따뜻한 추억이 많이 있다. 이 나이에도 식탁에서 가끔 할머니가 떠오른다. 담요로 밥그릇 주머니를 만들어 따끈한 밥을 아랫목에 보관해 두었다가 내어주신다. 그 밥은 지금의 전기밥솥에 비길 수 없이 따끈따끈했다. 또 어느 날, 부자 친척 집을 방문했다. 피아노가 눈에 띄었다. 가만히 열어 딩동거리는데 친척 언니가 다가왔다. 차갑게 내 손을 쓸어내고 피아노 뚜껑을 ‘꽝’ 덮고 나갔다. 그날, 손바닥만한 단칸방에 네 식구가 세 들어 사는 형편에, 중고 피아노라도 한 대 사주고 싶어 피아노 상회를 기웃거리던 엄마를 기억한다. 그 사랑의 기억들이 나의 삶에 넘어지려 할 때 바로 설 수 있게 해준다.
과거를 기억하는 방식에 대한 두 가지 증후군이 있다. 무드셀라 증후군과 순교자 증후군이다. 무드셀라 증후군은 추억은 항상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좋은 기억만 남겨두려고 하는 증후군이다. 주로 60대 이상의 노년층에서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반면에 순교자 증후군은 과거의 나쁘고 비극적인 사실들만 기억하는 증후군이다. 우울증에 걸리거나 자살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순교자 증후군의 대표적인 현상이라고 한다.
타인과 좋았던 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일은 타인과 협동하여 큰일을 이루어갈 수 있다. 영국 사우스햄턴 대학의 심리학자 제이콥 율(Jacob Juhl) 교수와 연구진의 효능감(efficacy) 실험 보고에 의하면, 사람은 ‘과거에 다른 사람들과 보람을 느끼면서 무언가를 성취했다는 기억’을 되새길 수 있다면 미래를 위해 큰 힘을 낼 수 있다’라는 결론을 얻었다. 사람들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며 단순히 그리워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경험하고 싶은 소망이 있어서 미래를 위해 힘이 된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 세계적인 팬데믹 기간 속에서도 나성영락 한국학교에서는 온라인으로, 화상으로 수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 그 과정 속에서 교사들은 온라인 교재를 함께 만들고, 컴퓨터 오피스 업무들을 한 가지씩 배워서 사용할 수 있을 때마다, 성취감에 환호성 했다. 생각만 해도 행복한 미소가 지어진다. 화상으로 회의할 수 있었던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제는 새로운 것을 알게 되면 나누고, 모르는 것은 서로 알아보고 배우며 행복해한다. 팬데믹 초기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할 수 있었던 일은 우리 교사들의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이다. 또 앞으로도 교사들이 성장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
가족 간에, 이웃 간에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고, 만들어가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하루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