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발이 사라진 이유
어떻게 하면 사랑하는 속마음을 제대로 소통하며 행복한 부부의 삶을 살 수 있을까? ‘결혼은 하나님과 맺은 언약입니다’의 저자 프레드 로워리 목사가 그 교회 부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위기에 처한 부부 관계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하는 질문에서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이 질문에 ‘부부간의 대화 부족’이라고 답하였다. 이 조사는 가정 세미나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게리 스몰리의 조사 결과와도 일치한다. 3,000명이 넘는 응답자들이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저희 부부는 보다 나은 의사소통을 원합니다.’ 라고 대답하였다.
미국 40대 대통령 로날드 레이건 대통령, 그가 마음을 움직이는 말과 글로써 뛰어난 의사소통자로 알게 된 계기가 있었다. 몇 년 전 한국학교 어린이들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박물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어린이들은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1, 2 에 들어가 보고, 대통령 취임 연단에 서서 미국 대통령이 되어 연설하는 모습을 사진에 담기도 하며 대통령을 체험해 보는 신나는 시간이었다.
어린이들은 관심이 없는 한 코너가 나의 걸음을 멈추게 했다. 그것은 레이건 대통령이 부인 낸시 여사에게 보낸 연서들을 더러는 전시하고 쌓아 놓은 곳이었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남편을 간호하던 낸시여사가 남편이 보낸 편지, 쪽지, 전보 등을 묶어 ‘사랑해요 로니’ 란 책을 발간하고 그 원본들은 박물관에 기증한 것이다. 몇 천통은 될 것 같은 엄청난 부피였다.
백악관 공식 메모지에 ‘당신을 사랑해’를 열 번 반복해 써 놓은 것도 있고, '여보(mommy)'라는 철자로 5행시를 써 놓은 것도 있었다. “사람들이 왜 당신을 이제야 퍼스트 레이디라고 부르는지 이해할 수가 없소. 당신은 늘 나에게 퍼스트 레이디였고 단 하나의 여인이었소.” 그는 집에서 아내와 같이 있으면서도, 대통령 집무실에서도, 에어 포스 1호 안에서도 편지를 썼다고 한다.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아이들을 놓칠까 봐 급하게 사진만 찍고 왔다. 알츠하이머로 편지를 더 이상 쓰지 못할 때까지 50년 동안의 결혼생활 내내 아내에게 재치와 사랑을 듬뿍 실어 글로 아름다운 소통을 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또한 유머를 잃는 법이 없었다고 한다. 1981년 3월 어느 저격수가 쏜 총에 맞아 병원으로 실려 갔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응급조치를 하는 간호사에게 “내 몸에 손을 대다니, 내 아내 낸시의 허락을 받았나요?”라며 농담을 했고, 병원에 급하게 달려온 아내 낸시에게 “여보, 내가 총알 피하는 것을 깜박 잊었어.”라며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데도 유머를 잃지 않았다. 자상하고 낭만적이고 유머러스하여 재치 있는 글과 말로서 소통을 한 레이건 대통령이 존경스럽다.
아주 오래전의 일이다. 내 발등을 내가 찍은 후회스러운 일이 하나 있다. 경제적으로 많이 힘든 시절이었는데 나의 생일이라고 남편이 빨간 장미 한 아름을 선물했다. 기억도 나지 않는데 어느 날 남편이 하는 말에 의하면, 고맙다고만 하면 되었을 것을 쓸데없는데 돈을 썼다고 핀잔을 주었다고 한다. 그 뒤로는 꽃다발 선물 같은 것은 없다.
화술의 달인 레이건처럼 소통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부부 나름의 사랑의 소통법을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겠다. 여생을 부부가 진실하고 자유로운, 서로의 상처와 소망과 비전을 나누고 싶다. 참 사랑의 의사소통은 한 몸으로 피가 순환하는 것과 같은 하나 된 느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잃어버린 장미 다발을 보상받을 야무진 꿈을 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