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울지 않는 마음

버스가 오면
버스를 타고
버스에 앉아 울지 않는 마음
창밖을 내다보는 마음
흐려진 간판들을 접어 꾹꾹 눌러 담는 마음


마음은 남은 서랍이 없겠다
없겠다
없는 마음


비가 오면
비가 오고
버스는 언제나
알 수 없는 곳에 나를 놓아두는 것


나는 다만 기다리는 것

 

(하략)

―박소란(1981∼ )

그 사람 왜 좋아하냐 물어보면 대답을 할 수가 없다. 좋은 데에는 이유가 없다. 어느 순간 ‘아!’ 하고 좋아지는 거다. 박소란 시인의 작품은 그렇게 좋아지는 시다. 잔잔하게 다가와 오래 수런거리는 시. 첫 시집 제목처럼 ‘심장에 가까운 말’의 시. 이런 시를 좋아하신다면 박소란 시인이 정답이다. 나도 언제 새 시집이 나오나 서점을 기웃거리는 중이다.

특히나 그의 시는 힘들 때 꼭 쥐고 읽는 시다. 이 작품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병원에 두고 돌아오는 한 사람이 등장한다. 제정신일 수 없지만 어떻게든 울지 않으려고 참는다. 자칫하면 엉엉 울어버릴 것 같아 창밖의 간판들에 집중한다. 이렇게 그의 작품에는 주저앉아 버리고 싶은 마음과 쓰러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마음이 함께 들어 있다. 그래서 외롭고 힘들 때, 다시 일어나 보려고 혼자 끙끙거릴 때 그의 시를 읽으면 먼저는 눈물이 나고 다음에는 위안을 얻게 된다. 쓰러지는 것보다 버티는 게 더 힘들다. 우는 것보다 울지 않는 게 더 어렵다. 이 시인에게는 좌절을 어떻게든 버티는 힘 같은 게 있다. 슬프고도 강인한 시를 만났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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