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의 크기는 두 손바닥으로 가리면 다 가려진다. 그와 비슷한 크기, 그러나 우리가 더 자주 가리는 것 중에 얼굴이 있다. 두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쌀 때는 혼란스럽고 괴로울 때다. 그럴 때는 손바닥 안으로 도망치지 말고, 얼굴을 감싸던 손을 들어 시집을 열어 보는 것도 좋다. 시인의 언어는 언제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말이다.
사는 것이 퍽퍽할 때, 타인 때문에 힘들 때, 사실은 타인이 아니라 나 자신 때문에 힘들다는 것을 직감할 때 나는 이 시가 알려주는 비밀에 기대어 위로를 받는다. 시인은 우리 인중이 천사의 손가락 모양이라고 알려준다. 쉿, 다 잊고 다시 시작해. 이런 운명의 자국을 보고 있자면 자잘하게 흔들리는 마음은 좀 진정된다.
손을 들어 잊었던 인중을 다시 한 번 쓸어본다. 천사의 약속과 지워진 이야기가 담겨 있다. 눈을 들어 마주한 사람의 인중을 바라본다. 우리는 같은 비밀을 공유하는 사람이구나 싶어 미워할 수 없다. 세로 20.5cm, 가로 12.5cm의 세계는 참 놀랍다.
나민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