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뿔논병아리가 앙탈을 부린다. 어미는 자신의 주위를 빙빙 맴도는 새끼가 귀찮다는 듯 날개를 편다. 깃털을 부풀려 겁을 주지만 새끼는 쉬이 물러나지 않는다. 어미는 새끼를 향해 부리를 곧추세운다. 손가락으로 항문에 똥침을 가하듯 어미뿔논병아리는 부리로 새끼의 엉덩이를 쫓는다. 놀란 새끼는 어설픈 날갯짓을 하며 수면 위를 내달린다. 엉덩이에 불이라도 붙은 듯이.
짝짓기 계절이 다가오자 뿔논병아리 수놈들의 신경이 날카롭다. 암놈을 두고 매일 같이 싸움을 벌인다. 연적을 물리쳐도 또 다른 장애물이 있다. 정작 암놈이 접근을 허락지 않는다. 수놈은 몇 날 며칠 동안 암놈의 주위를 맴돈다. 그러면서 조금씩 거리를 좁힌다.
이제 수놈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됐는지 암놈의 행동이 다소 느긋해 보인다. 암수 두 놈이 빙빙 물살을 가른다. 한동안 같은 자리를 맴돌던 뿔논병아리는 서로 얼굴을 마주한다. 부리를 맞추고 옆구리에 머리를 갖다 댄다. 부리가 맞닿을 때마다 하트(♥)모양이 그려진다. 그러고는 서둘러 집을 짓기 시작한다. 아마도 신방을 차릴 모양이다.
부부가 된 뿔논병아리는 하루 한 번 사랑을 하고 하루에 하나씩 알을 낳는다. 한꺼번에 서너 놈을 낳을 모양이다. 몇날며칠을 사랑을 속삭이던 두 녀석은 암수가 교대로 알을 품는다.
알에서 깨어난 새끼는 곧바로 어미의 등에 오른다. 그리고는 어미의 날개 속에 몸을 감춘다. 새끼는 어미의 등에서 먹이를 받아먹고 자란다.
몇 주가 지나자 어미는 새끼를 등에 태우고 먹이 사냥을 한다. 어미는 새끼에게 먹이를 먹이고 나면 곧바로 자신의 가슴 털을 뽑아 먹인다. 소화를 시키기 위해서다. 그 일을 수없이 반복한다.
몇 달 후 새끼가 자라자 어미 뿔논병아리는 다시 하트 춤을 춘다. 두 배 째 새끼를 갖기 위해서다. 그날 이후 먼저 태어난 새끼들은 철저히 외면당한다.
하지만 새끼뿔논병아리는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동생을 등에 태우고 먹이사냥을 하는 어미의 주위를 맴돌며 먹이를 달라고 한다. 어미는 떼를 쓸 힘이 있으면 나는 연습이나 해라! 새끼의 엉덩이에 똥침을 놓는다.
새끼는 물장구를 치며 수면 위를 뛴다. 파닥파닥 날갯짓도 하고, 발가락을 최대한으로 벌려 수면을 박차고 오른다. 마음은 뻔해도 어미처럼 날아오르기는 아직도 벅차다. 겨드랑이 근육이 자신의 몸을 공중으로 띄우기는 무리다. 그리고 수면을 박차고 나아가는 속도도 느리다.
날개에 힘이 들어가고 발 놀림이 빨라도 새끼는 하늘을 날 수가 없다. 왜 몸이 뜨지 않지. 지쳐있는 새끼를 향해 어미는 또다시 똥침을 가한다.
어느덧 새끼는 하늘을 나는 방법을 터득한다. 쉽게 날 수 있는 방법은 바람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을. 자신을 향해 바람이 불어오자 새끼뿔논병아리는 바람을 맞으며 수면 위를 내달린다. 발목이 푹푹 잠기던 수면에 발등이 보이고, 발바닥이 드러나고 날개를 스쳐가는 바람에 몸이 둥실 솟아오른다. 그리고는 수면에 곤두박질친다.
처음이 어렵지. 둥실 몸이 솟아오르는 쾌감을 잊을 수가 없다. 비상에 맛을 들인 뿔논병아리는 곤두박질치는 착지의 두려움도 잊은 듯 같은 동작을 수없이 반복한다.
아들은 시너가 계 일을 그만뒀다. 자의에 의해 그만둔 게 아니다. 불경기에 장사가 예전 같지 않자 주인이 아들이 하던 일을 손수 할 수밖에 없어 그렇게 된 것이다. 아들은 태어나 처음으로 구조조정을 당했다.
집에서 빈둥거리는 아들은 이젠 나와 눈을 마주치기가 싫은지 방문을 굳게 닿은 채 두문불출이다. 이럴 때일수록 뿔논병아리 어미처럼 매정하게 엉덩이를 쪼아야 하나. 아니야, 너무 심하게 다그치다 보면……. 저러다 아이가 잘 못 되는 건 아닌가. 똥침은 고사하고 겁부터 난다.
아들의 잔에 술을 채운다.
“눈치 보는 것도 힘들제. 너무 조급하게 생각마라. 취직 못하는 게 너 혼자가, 찾아보면 설마 일자리 없겠나.”
의기소침해 있던 아들의 눈에 빛이 난다. 이런 눈빛이면 뭐라도 할 것 같다.
“아부지, 너무 염려하지 마이소. 아무데나 들어갈라 켔으마 진작에 갔심더, 적성에 맞는 일을 찾느라 조금 늦을 뿐입니다.”
큰 소리 치는 아들의 모습에 조마조마하던 마음이 다소 위안은 된다마는, 내 생각에는 경기가 좋지 않아 아들의 일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렇잖아도 전체 인구 중 유달리 분포수가 많은 58개띠들이 쥐띠 아이를 너무 많이 낳아 일자리가 그만큼 줄어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수면에 너무 많은 새가 노닐면 몸이 둔한 새는 날지 못한다. 서툰 날갯짓이지만 아들에게도 긴 활주로가 필요하다. 다그치고 싶어 손가락이 근질거려도 비상할 힘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 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