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삶을 관조하는 철학적 상념을 담은 글
미전역에서 응모한 70여 편의 수필을 낱낱이 읽었다. 상상하지 못한 시대적 환경 속에 처해있는 이유였을까. 삶을 관조하는 철학적 상념이 묻어나는 글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자연, 지구환경, 또는 인간관계 속에서 갖게 되는 숭고한 사고를 표현함이 돋보였다.
당선작으로 선한 박경의 <땅의 소리>는 전에 다녀온 알래스카 이야기다. 여행지에 대한 설명에 그치지 않고 더워지는 지구로 인해 녹아가는 북극 빙하를 땅의 눈물이라 느끼며 한탄한다. 인류가 저지른 자연 파괴에 대한 땅의 울음이 주는 경고의 소리로 전해 듣는다. 우리가 모두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암시한다. 다른 두 편에서도 무리 없는 전개와 따뜻한 감성으로 이어가는 내공이 엿보인다.
가작으로 선정된 세 편 중 모니카 류의 <어디에서 왔어요?>는 의대 졸업 후 미국에서 수련의 과정 중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온 한국인으로서 겪은 기억에서 시작된다. 긴 시간이 지나 한국의 힘이 자랑스러운 지금 우리에게 디아스포라의 개념을 확실하게 정의 내려주었다. 부드럽지만 큰 에너지가 느껴지는 글이다. 자연스러운 문맥의 흐름이 끝까지 매끄럽게 이어진다.
정우진의 <차 한 잔의 여유>, 스물일곱에 미국에 와 어려운 공부 끝에 수술의로서 이제야 생활의 여유를 찾은 후 되살아난 지난날의 정감을 기억하며 떠올린다. 그 시절의 행복했던 감성에 취하며. 세월이 지나 나이를 먹으며 마치 정서 장애인이 되어버린 듯한 자신에게 마음을 열라며 다독인다. 잔잔한 문장의 흐름이 편안한 글이다.
이종운의 <모국어에 대한 단상>에서는 이민 온 지 오래된 사람이라면 공통으로 마주치는 정서적 착각을 일깨운다. 이민자들의 말이 고국에 사는 사람들의 귀에는 너무도 생소하다는 반응이 충격이었음에 집중한다. 사회와 시대의 차이에 따르는 괴리감을 줄이고 동질성 유지를 위한 노력을 과제로 제시한다. 담담하게 전개해 나가는 글에 무리가 없다.
장려로 선정한 세 편 중 이동규의 <자기애>에서는 뛰어난 문장력이 글을 끌고 가는 힘으로 작용한다. 읽는 이에게 감성으로 다가가기에는 칼럼의 느낌이 커 보인다. 대신 교훈적인 메시지 전달에서 한 번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소재를 다룬 점이 우수하다.
심재훈의 <노을에 울다>는 문장력과 섬세한 표현력이 뛰어나다. 작가의 감동이 너무 크면 독자가 들어설 여백이 없게 된다. 자신의 내면을 관조하는 깊이가 느껴진다. 동쪽 하늘에 떠오르는 아침노을, 비갠 뒤의 노을. 황혼의 삶을 물들이는 서녘 노을을 가슴에 품고 싶어 하는 영혼을 그린다.
이혜숙의 <Stay at Home이 준 교훈>에서는 지금 우리가 가장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감정을 담담한 필체로 써 내려간 것이 읽는 이의 마음과 오버랩 되어 젖어 든다. 그냥 지나치며 살았던 일상의 소중함과 그 안에서 감사를 짚어보는 자기 성찰의 시간으로 이끈다. 수필이 주는 감정의 평안함이 느껴진다.
조병화 시인은 ‘수필은 생활/ 수필은 사색 /수필은 영혼의 마을/수필은 마을 사람들이 정답게 마시고 사는 맑은 우물’이라 말했다.
그렇다, 수필은 감정을 압축하는 언어의 기술을 내세우거나 만들어진 이야기를 길게 엮어가는 창작물과 달리 삶의 진실한 체험을 나누는 글이다. 따라서 하나의 수필 작품을 읽고 난 마음 안에 울림을 남기는 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어느 만치의 기본적 수필 공부는 필수가 되리라. 모든 이야기를 다 쓰려 한다면 중심을 잃게 되며 너무 간추리다 보면 알맹이 없는 글이 될 수밖에 없다.
재미수필문학가협회의 일원이 되신 신인상 수상자들께 축하의 박수를 올린다. 앞으로 더욱 글쓰기에 정진하시어 맑은 영혼에서 피어나는 좋은 수필가로 만나기를 기대한다.
심사위원: 조만연, 유숙자, 성민희, 김화진
제15회 재미수필문학가협회 신인상에
입상하신 분들께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수필은 자신의 인생을 담는 문학입니다.
수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함께 공부하고
함께 고민했으면 합니다.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