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통신]거꾸로 가는 미국의 이민정책

“무차별적인 이민자 단속 자행트럼프 행정부 편협함 안타까워차별없는 정책으로 포용하길”


2018.03.29

성민희
재미수필가
지난주에 안타까운 교통사고가 있었다. 30대 히스패닉 이민자 부부가 ICE(이민세관단속국) 요원을 피해 달아나다가 차가 뒤집혀 현장에서 사망한 사고다. ICE 요원은 이들의 차량을 멈추게 한 후 검문을 할 예정이었는데 지레 겁을 먹고 과속으로 달아났기 때문이라고 변명을 했다. 그러나 이민자 권익을 대변하는 ACLU(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는 ICE의 불법적이고 무분별한 체포 방식이 얼마나 위협적인지를 보여준 사건이라며 비난한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는 ICE와 연방검찰에게 광범위한 재량권이 허용되었다. 불법체류 신분일지라도 시민권자의 직계 가족이거나 미국 태생의 자녀를 둔 경우에는 특별 고려 대상으로 분류하여 추방을 유예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민 단속 우선 지침을 만들어 2014년 1월 이전 밀입국자나 불법체류 이민자들은 추방대상 후순위로 분류해 이민 단속에 예외를 두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우선순위 정책’은 폐기되고 무차별적인 이민 단속이 자행되고 있다. 
서류 미비자뿐 아니라 음주운전 기록이 있는 영주권자, 학생비자 소지자 등 합법적 비자를 가진 사람까지도 몹시 불안한 상황이 된 것이다. 이 가엾은 부부도 농장에서 열심히 노동을 하며 6남매를 키우는 성실하고 건강한 이민자였다.

1970년대 한인 이민자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어느 날 오후, 불시에 불체자 단속을 당한 한인 소유 봉제공장은 온통 아수라장이었다고 했다. 히스패닉 종업원들은 화장실에 숨거나 창문을 넘어 달아났지만 나이 든 한국 아저씨는 그럴 수가 없었다. 그는 재빨리 사무실로 들어가 벽에 걸린 사장의 재킷을 입고 책상 위에 두 다리를 걸친 채 거만한 자세로 담배를 피워 물었다. 문을 열고 들여다보는 단속원에게 하이! 하는 여유도 부렸다. 여덟 명의 종업원이 수갑을 찬 채 떠밀려 나갔지만 그는 무사했다는 유쾌한 에피소드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이제 그런 무용담은 사라진 지 오래다.  트럼프 행정부는 많은 주정부와 단체가 그의 정책에 반발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날마다 새로운 행정안을 만들어 그들을 협박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민으로 이루어진 이민의 나라다. 따지고 보면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증조부도 영국에서 온 이민자가 아닌가. 미국 최초의 히스패닉계 연방 대법관 소냐 소토마이어는 남미 출신 이민자의 딸이고, 제4차 산업혁명을 연 스마트폰 개발자 스티브 잡스의 생부도 시리아 출신 이민자다.
미국의 정계나 재계, 학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한인 2세도 많다. LA 시의원 데이비드 류, 한인 최초로 오렌지카운티 슈퍼바이저를 역임한 미셸 박, 운동과 수면 등을 측정하여 건강을 지키는데 도움을 준다는 피트니스 파트너 핏빗(fit bit)사의 제임스 박 사장을 비롯하여 대학교수, 변호사, 의사 등 정ㆍ재계는 물론 경제 분야에서도 미국이라는 수레바퀴를 돌리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이민자가 많다. 현재 미국 500대 기업 가운데 41%가 이민자와 이민자의 자녀에 의해 건립되었다는 보고서도 있다. 이처럼 유능하고 성실한 이민자를 더욱 많이 영입하여 세계 최강국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도 모자랄 판에 이민자를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 존재로,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테러를 일으켜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로만 단정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편협함이 안타깝다.

일찍이 고대 로마제국은 라틴계와 그리스인, 갈리아인 등 다양한 민족을 모두 로마 시민으로 인정하여 이들로 하여금 로마라는 강대국에 속해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만들었다. 더구나 강력한 상대국 감리움과 40년간을 싸워왔으나 정복 후에는 아무런 감정 없이 그들에게도 시민권을 나누어주었다. 이에 반해 동시대의 고대국가 스파르타는 폐쇄적이었다. 건국 초기 나라 전체의 토지를 9천 개로 나누어 토지 소유자에게만 시민권을 주었으며 부모가 모두 시민권자에게만 시민권을 주었다. 이주민도 영입하지 않았다. 그 결과 시민권자는 점차 줄어들어 BC 480년 전성기 때에는 8천여 명이었던 것이 BC 370년에는 1천 명밖에 남지 않아 더 이상 패권을 유지하지 못하고 로마에 의해 멸망한 것이었다.
다양한 민족에게 동등한 시민권을 부여하고 차별 없는 정책으로 포용했으므로 로마가 고대국가 중 초강대국이 될 수 있었듯이 미국 역시 21세기 패권국가의 위치를 고수하려면 이민자에 대한 관념을 바꾸어야 한다. 백인, 흑인, 아시안, 히스패닉 등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사는 세계 최대의 다민족 국가가 이민자를 박해한다는 것은 난센스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을 다시 강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트럼프의 선거유세 슬로건이 확실한 현실이 되려면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부터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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