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 여행 / 이정호
룩셈부르크에서 기타를 타고 브뤼셀에 도착했다. 일요일 오후였다. 기차역에 내리니 일하는 사람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일요일이라 일하지 않는 가 보다 여겼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은 업무를 봐야 되지 않을 까 생각했다. 내가 살아온 정서로는 의아했다. 아내가 화장실을 가기를 원했다. 화장실을 찾아서 가니 열쇠가 필요했다. 그러나 다 닫혀 있어서 열쇠를 얻을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역 밖으로 나갔다. 거리에 노숙자 2명이 간격을 두고 있었다. 이불을 펴놓고 이불 위쪽에는 간단한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그들은 누워 있었다. 둘 다 중년 남성으로 보였다. 한 명은 누워서 책을 읽고 있었다. 미국에서 보는 노숙자와는 분위가 틀렸다. 거리에 살면서 그 나름대로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로 보였다.
브뤼셀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은 좋은 것은 아니었다. 역에는 일하는 사람들이 없었고 밖에 나가니 노숙자들이 나의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거리를 조금 걸어가니 문을 연 식당이 몇 군데가 있었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패티오에 앉아 있었고 밝은 소리로 웅성웅성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식당 안으로 들어갔고 메뉴는 미국 양식 식당에서 먹는 음식과 비슷비슷 하였다. 여기서 저녁을 먹고 우리는 호텔로 향했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우선 표를 미리 사 놓은 아토미움을 갔다. 이곳 말고는 특별히 미리 표를 살 정도로 가 볼만한 곳은 찾지를 못했다. 이 아토미움은 원자 모양을 1,650억배 정도 확대해서 만들어 놓은 것이며 1958년 세계박람회를 위하여 지어 놓은 것이다. 높이는 102m이며 9개의 구가 서로 연결 되어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에 올라갔다. 브뤼셀 시티가 한 눈에 들어왔다. 다시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와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갔다. 이것을 건축할 때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3층을 올라가니 어두운 조명에 반짝이는 불빛들로 오묘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나와 점심을 먹으러 갔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이곳 브뤼셀에 오면 꼭 먹어 볼만한 음식이 물 프리트인데 홍합요리와 감자 튀김이 나온다. 미리 찾아 논 식당으로 갔다. 늦은 오후라 그런지 생각보다 손님은 별로 없었다. 굉장히 많은 홍합이 나왔다. 적절히 간이 되어서 맛이 있었다. 곁들여 나오는 감자 튀김과 함께 음식의 조합이 괜찮았다. 다 먹어도 홍합과 국물은 남아 있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그랑플라스 광장으로 갔다. 고전양식의 건물 형태로 건물 꼭대기에 1697년도에 지어졌다는 것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조선시대 숙종 때이다. 광장 주위로 상가들이 있었고 스터벅 코피숍도 눈에 뛰었다. 나에게는 옛날부터 내려온 이곳이 인상적으로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 광장에서 모였고 앞으로 1000년이 흐른 후에도 이곳은 똑같이 사람들이 모여 들 것이다. 그들은 모여서 이야기를 할 것이고 그리고 또 과거를 회상할 것이다.
광장에서 차가 다니지 않는 거리로 연결된 곳은 상당히 길었다. 조금 걸어가니 브뤼셀의 명물인 오줌싸개 동상이 나타났다. 생각보다 높지도 크지도 않았고 거리 구석에 위치해 있었다. 뭔가 큰 기대를 하고 가면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너무 많은 관광객들로 꽉 차 있었고 분위기는 사람들의 에너지로 차 있었으며 밝고 즐거운 표정들이었다. 그때 나이가 든 어느 백인 여자가 중국말로 나에게 인사로 하였다. 나는 중국사람이 아니고 한국사람이라고 했으며 그녀는 우리 사진까지 찍어주면서 친근하게 다가왔다. 그 여자와 동행하는 사람은 젊은 중국 남자로 보였다.
계속해서 거리를 거닐었고 벨기에가 처음으로 와플이 시작된 나라라서 그런지 많은 와플을 파는 가게들이 보였다. 패스트푸드 체인처럼 많은 종류의 와플을 파는 곳도 있었다. 또 걸어가니 맥도날드가 나왔다. 아내가 화장실을 들린다고 해서 들렸는데 보통은 카페나 식당에서 화장실 사용은 따로 돈을 받지 않는데 맥도날드는 받았다.
벨기에는 경상도 정도의 크기이고 인구는 남한의 20% 정도이다. 국민소득도 상위권에 속하며 잘 사는 나라이다. 브뤼셀에는 유럽연합과 나토의 본부가 있다. 나폴레옹이 마지막으로 전투에서 패한 곳인 위털루가 브뤼셀 가까이에 있다. 세계 강국으로 부터 지배를 많이 당해 왔으며1839년 네델란드로부터 독립하였다. 많은 곳을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일단 브뤼셀의 첫 인상은 평범하였다. 대부분 관광객들을 지나쳤지만 대체적으로 이곳 사람들은 긴장이 없이 여유가 보이는 것 같았다. 이곳은 다시 오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는 않지만 올 수 있다면 그랑플라스 광장은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그 광장이 인상적이어서 옛 시대의 정감과 체취를 다시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