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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평론/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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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 술술 읽히려면 맞춤법·주술호응부터

[한겨레S] 손소영의 짧은 글의 힘
글쓰기의 기본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분 중에는 자신이 쓴 글을 읽으면서 문장 호응이 안 되고 문맥이 어색한 건 알겠는데 도대체 어디가 잘못되고 이상한 건지 모르겠어서 답답해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선지 긴 글보다 짧은 글을 쓸 때 맞춤법에 부담을 덜 느끼고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짧은 글일수록 정확하고 바른 문장이 전달력을 높입니다. 짧기 때문에 더더욱 그 안에 모든 걸 정확하게 담아서 단번에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써줘야 합니다.

맞춤법이 틀리거나 주술호응이 안 되는 문장은 잘 안 읽힙니다. 글의 흐름을 방해하고 읽는 사람의 집중력을 흩어놓습니다. 그리고 맞춤법을 통해서 글쓴이의 글을 대하는 태도가 느껴져서 신뢰가 떨어지고 읽고 싶은 마음도 사라지게 되죠. 오늘은 그동안 제가 글쓰기 강의를 하면서 접했던, 많은 분들이 헷갈려 하고 잘못 사용하는 예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주술호응 안 된 긴 문장 쪼개기

먼저, 주술호응만 제대로 되어 있어도 문장이 바로 섭니다. 주어와 술어가 한 문장의 토대이자 뼈대라는 걸 잊지 마세요. 주술호응에 문제가 생기는 대부분은 주어를 생략하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주어가 제대로 적혀 있으면 나중에 검토할 때 한 문장의 술어를 찾은 다음 그 술어와 주어를 맞춰보면 쉽게 잘못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두 문장이 합쳐져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면서 짧은 문장들로 나눌 수 있게 됩니다.

“그 남자는 표정이 어둡고 눈빛이 날카로워서 처음에 볼 때 무서운 느낌을 받았는데, 서로 말을 나누다 보니 온화한 사람이었고, 나중에는 내가 말을 주도하게 되었다.”

이 문장에서는 주어가 될 수 있는 게 ‘그 남자’와 ‘나’입니다. 그런데 따로 분리해내야 하는 여러개의 문장이 결합되면서 주어가 생략되거나 뒤섞여서 사용됐습니다. 그러면 주어와 술어를 맞춰서 문장을 하나씩 떼어내볼까요?

“그 남자는 표정이 어둡고 눈빛이 날카로웠다. 그래서 처음에 볼 때 나는 무서운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서로 말을 나누다 보니 그가 온화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고, 나중에는 내가 말을 주도하게 되었다.”

많은 분들이 크게 주의하지 않고 쓰는 것 중의 하나가 조사인데, 조사는 명사나 대명사 같은 체언에 붙어서 그 단어가 문장 안에서 일정한 기능(주어·목적어·서술어·부사어·관형어 등)을 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조사를 제 위치에 제대로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글의 흐름이나 문맥에 큰 영향을 줍니다. 한 문장에서 주어가 중요하기 때문에 주어 뒤에 붙는 조사 역시 신경써야 합니다. 특히, ‘이/가’와 ‘은/는’ 중에서 어떤 것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미묘한 어감이나 의미에 차이가 생기는데,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주어를 강조하고 싶거나 주어가 궁금한 내용이라면 ‘이/가’, 전하고 싶은 중요한 정보가 서술어에 있다면 ‘은/는’을 사용합니다. “은수가 가기로 했어요”에서는 가기로 한 사람이 은수라는 게 중요한 내용이고, “광우는 안 간대요”에서는 광우가 안 간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6월6일은 현충일이야/6월6일이 현충일이야.” 이 두 문장에서도 강조점이 서로 다르다는 게 느껴지실 겁니다. 

조사 사용에 있어서 많이 혼동하는 경우가 ‘~의’와 ‘~에’입니다. 발음이 비슷해서인지 잘못 사용하는 예가 정말 많습니다. ‘~의’는 명사에 붙어서 다음에 나오는 명사를 수식하는 관형어 역할을 하게 만듭니다. 그에 비해 ‘~에’는 시간이나 장소, 방향을 나타내는 부사어로 만들어줍니다. “현실을 완전히 인정했을 때에 허무감과 좌절감은 너무 가혹하게 느껴졌다.” 이 문장에서는 ‘때’ 다음에 나오는 허무감과 좌절감을 수식하는 관형어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에’가 아닌 ‘의’로 쓰는 게 맞습니다. 의미를 유지한 채 만약 ‘의’가 아니라 ‘에’를 쓴다면 이렇게도 고칠 수 있습니다. “현실을 완전히 인정했을 때에 느껴지는 허무감과 좌절감은 너무 가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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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홍수 헤쳐나갈 튼튼한 배

제가 평소에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가장 많이 발견하게 되는 오류가 ‘~에요/~예요’인 것 같습니다. 일단, ‘~예요’는 ‘~이+에요’의 줄임말입니다. 앞에 오는 말에 받침이 있으면 ‘~이에요’, 받침이 없으면 ‘~예요’를 사용하는 게 맞습니다. “그 동물은 곰이에요” “아니에요, 판다예요” 이렇게 말이죠. 그런데 “곰이예요. 아니예요, 판다에요”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었어요’와 ‘~였어요’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건 제 보물이었죠” “그녀는 내 친구였는데…”가 바른 문장입니다.  

많은 분들이 어렵게 느끼는 문법 중에 시제가 있습니다. 시제 일치가 안 되는 경우도 많고, 언제 어떤 시제를 써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습니다. 한 문장 안에서는 술어의 시제를 일치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문장 흐름은 시간순으로 쓰는 겁니다. 선행하는 문장에 뒤 문장보다 앞선 시제를 쓰는 거죠. “간혹 지금도 그런 기분이 들면 하던 일을 제대로 하기 어려워졌다”는 “~ 들면 하던 일을 제대로 하기 어려워진다”로 시제를 일치시키는 게 좋겠죠. “지구상 특정 좌표에 모여 회의를 하던 사람들은 좌표가 없는 온라인 세계에서 만났다.” 이 문장은 시제가 바뀐 경우입니다. “하던”을 “했던”으로, “만났다”를 “만난다”로 바꾸는 게 맞습니다.

읽으면서 내용을 바로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문장을 어떤 순서로 배치하느냐도 중요합니다. “영화 속 배경들이 변하지 않고 남아 있었다. 둘째가 출근하던 전철역도, 세 자매가 밥을 먹던 가게도 그대로였다.” 둘째는 세 자매 중의 한명이죠. 그러면 문장 순서를 이렇게 바꾸는 게 낫습니다. “세 자매가 밥을 먹던 가게도, 둘째가 출근하던 전철역도 그대로였다.” 대부분 크고 포괄적인 것에서 시작해서 작고 구체적인 것으로 좁혀지는 식으로 쓰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최근 어떤 책에서 언어를 배에 비유한 글을 읽었습니다. 요즘같이 정보가 쉴 새 없이 쏟아지고 한꺼번에 처리할 일들이 많은 상황이라면 폭풍우 속에서도 안전하고 빠르게 목적지까지 데려다줄 수 있는 배가 필요하겠죠. 배를 잘 설계하고 튼튼하게 만드는 것만큼 그 배를 잘 관리하고 점검하는 유지·보수도 중요할 겁니다. 독일의 철학자 피히테는 ‘독일 국민에게 고함’이라는 글에서 “언어가 인간에 의해서 만들어지기보다는 인간이 언어에 의해서 만들어진다”고 했습니다. 정확한 문법과 맞춤법, 올바른 어순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말을 하고 글을 쓰다 보면 나의 마음과 생각도 바로 서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방송작가

물리학을 전공한 언론학 석사. 여러 방송사에서 예능부터 다큐까지 다양한 장르의 방송작가로 활동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짧은 글의 힘’, ‘웹 콘텐츠 제작’ 등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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