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좋은데 / 윤재천


 

 

때는 바야흐로 IQ전성시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때는 바야흐로라 하면 그 뒤엔 으레 추풍낙엽의 계절이 아니면 진달래 철쭉 활활 꽃불 이는 봄이었다로 끝맺는 것이 우리의 감정이다.

요즘은 한가롭게 자연을 즐기고 완상할 이유를 빼앗긴 지 오래다. 때는 IQ전쟁시대로 돌입하고 있다. 전쟁이란 표현이 너무 거칠면 경쟁이라 해도 좋다. 우주개발 경쟁에서부터 보다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한 과자공장 CM경쟁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은 온통 경쟁에 휘말려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그만큼 현대는 복잡해지고 속도로 육박해 오고 있다. 신문광고란을 보더라도 한결 변화가 있고 재미있다. 천편일률적인 한문 투가 아니라 구어체로 재치 있고, 읽는 이로 하여금 구미를 당기게 한다.

이것은 광고대행업체가 생긴 까닭이기도 하지만, 광고대행이란 업종 자체가 두뇌경쟁이다보니 다양한 아이디어로 시선을 끌어야 한다. 이렇게 현대는 사소한 일에도 두뇌가 요구되는 사회로 변모하고 있다.

이 우수한 두뇌의 소유자는 대게 우수한 학교를 지망하게 되고, 지망경쟁도 과다해져서 비정상적인 사회풍조를 불러일으킨다. ‘일류병의 병원(病源)이 이러한 사고방식에서 유래되어 그 병발증세로 치맛바람이 일고 치맛바람은 교육의 정도(正道)를 벗어나는 행태를 일으킨다.

우리 사회는 일류교를 나와야 행세할 수 있고, 출세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 아무리 똑똑해도 간판이 번듯하지 않으면 알아주지 않는 해괴한 풍토다.

얼마 전, 총무처에서 3급 이상의 공무원 임용을 시험제로 한다는 소식은, 실력만 있으면 등용문에 오르기가 어렵지 않다는 긍정적인 발표로 한 가닥 개진(改進)의 여지를 보여주었다.

쉽게 수정될 것 같지 않은 일류병 풍토는 여전히 일류교 다툼에 혈안이 되고 있다. 해미다 입시경쟁은 치열하고, 입학 때마다 희비가 연출됨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일류에의 집착으로 늘어만 가는 재수생은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이 재수생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은 슬픈 현실이지만, 재미있는 뒷이야기가 따르게 마련이다.

일명 머리는 좋은데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 아이는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통 안 해놔서요 부모 마음은 모두 한 가지라지만 머리 좋은 것으로나마 낙방을 위로하자는 것이다.

합격한 놈은 놈대로 합격했으니 머리가 좋아서이고, 떨어진 녀석은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하지 않아 그러니, 요즘 머리 나빠 공부 못하는 학생을 찾아보기 힘든 현실이다.

IQ경쟁시대에 살면서 지능지수가 낮음은 유쾌한 일도 못되고, 살아가기가 힘든 세상이다. 중요한 것은 머리가 좋다는 것보다는 공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보다 큰 문제다. 머리 좋다는 사실에 자위할 것이 아니라 공부하지 않는 사실이 더 중시되고 분석되어야 한다. 왜 공부가 하기 싫어졌을까. 왜 공부 뒤에 오는 즐거움을 깨닫지 못하고 있을까.

그 원인부터 규명하여 옳은 처방을 내려야 한다. 가치 면에서 보면 지능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 최선의 노력을 다해 얻어지는 성과가 훨씬 더 크다. 자기 능력에 알맞게, 거기서 최선을 다할 때 가치가 있다.

지나친 욕심이나 허영에서 오는 일류병의 병폐는 하루속히 버려야 한다.

좋은 머리만 가지고 물밀듯한 이 사회경쟁을 뚫고 나가기는 어렵다. 기왕에 좋은 머리라면 그 머리를 썩혀버리지 않을 노력과 연마도 수반되어야 한다.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