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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산책

Articles 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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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정조앤
Jan 19, 2022 980
Notice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file
정조앤
Apr 05, 2016 1150
131 이월의 우포늪 / 박재희
정조앤
Feb 21, 2024 75
이월의 우포늪 / 박재희 우포늪은 보이는 것만의 늪이 아니다 어둠 저 밑바닥 시간의 지층을 거슬러 내려가면 중생대 공룡의 고향이 있다 원시의 활활 타오르던 박동이 시린 발끝에 닿기까지 일억 사천 만년 무수한 공룡발자국이 쿵쿵 가슴으로 밀쳐 들어온다...  
130 냉장고 / 강성남
정조앤
Feb 21, 2024 54
냉장고 / 강성남 할머니, 들어가 계세요 오냐, 그때까지 썩지 않고 있으마. 썩지 않을 만큼의 추위가 방치된 노인 온도조절 장치가 소용없다 집을 비울 때마다 플러그를 뽑으신다 전화 받지 않는 아들에게 재다이얼을 누른다 속을 잘 닫지 않아 눈물이 샌다 ...  
129 계란 프라이 / 마경덕
정조앤
Feb 21, 2024 70
계란 프라이 / 마경덕 스스로 껍질을 깨뜨리면 병아리고 누군가 껍질을 깨주면 프라이야, 남자의 말에 나는 삐약삐약 웃었다. 나는 철딱서니 없는 병아리였다. 그 햇병아리를 녀석이 걷어찼다. 그때 걷어차인 자리가 아파 가끔 잠을 설친다. 자다 깨어 날계란...  
128 강이 풀리면 ― 김동환(1901∼?)
정조앤
Jan 28, 2020 166
강이 풀리면 ― 김동환(1901∼?) 강이 풀리면 배가 오겠지 배가 오면은 임도 탔겠지 임은 안 타도 편지야 탔겠지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가노라 임이 오시면 이 설움도 풀리지 동지섣달에 얼었던 강물도 제멋에 녹는데 왜 아니 풀릴까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  
127 눈 오는 밤에 ― 김용호(1912∼1973)
정조앤
Jan 28, 2020 245
눈 오는 밤에 ― 김용호(1912∼1973) 오누이들의/정다운 얘기에/어느 집 질화로엔 밤알이 토실토실 익겠다. 콩기름 불/실고추처럼 가늘게 피어나던 밤 파묻은 불씨를 헤쳐/잎담배를 피우며 “고놈, 눈동자가 초롱 같애.”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할머니, 바깥...  
126 안부―윤진화(1974∼ ) 1
정조앤
Mar 07, 2021 415
잘 지냈나요? 나는 아직도 봄이면서 무럭무럭 늙고 있습니다. 그래요, 근래 ‘잘 늙는다’는 것에 대해 고민합니다. 달이 ‘지는’ 것, 꽃이 ‘지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왜 아름다운 것들은 이기는 편이 아니라 지는 ...  
125 우리는 여러 세계에서 ― 이장욱(1968∼)
정조앤
Jan 08, 2020 151
우리는 여러 세계에서 ― 이장욱(1968∼) 서로 다른 사랑을 하고 서로 다른 가을을 보내고 서로 다른 아프리카를 생각했다 우리는 여러 세계에서 드디어 외로운 노후를 맞고 드디어 이유 없이 가난해지고 드디어 사소한 운명을 수긍했다 우리는 여러 세계에서 ...  
124 꽃씨 - 이수복(1924∼1986
정조앤
Jan 08, 2020 169
꽃씨 - 이수복(1924∼1986) 가장 귀한 걸로 한 가지만 간직하겠소 그러고는 죄다 잊어버리겠소. 꽃샘에 노을질, 그 황홀될 한 시간만 새김질하며 시방은 눈에 숨어 기다리겠소. 손금 골진 데 꽃씨를 놓으니 문득 닝닝거리며 날아드는 꿀벌들…… 따순 해 나래를 ...  
123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 조병화(1921∼2003)
정조앤
Jan 08, 2020 359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 조병화(1921∼2003) 나보다 앞선 벗들이 인생은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한 것이라고 말을 두고 돌아들 갔습니다 벗들의 말을 믿지 않기 위하여 나는 온 생명을 바치고 노력을 했습니다 인생이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하다 하더라도 나는 당...  
122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고정희(1948∼1991)
정조앤
Jan 08, 2020 184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고정희(1948∼1991)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목을 길게 뽑고 두 눈을 깊게 뜨고 저 가슴 밑바닥에 고여 있는 저음으로 첼로를 켜며 …(중략)…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  
121 늦가을 문답 ― 임영조(1943∼2003)
정조앤
Dec 02, 2019 166
늦가을 문답 ― 임영조(1943∼2003) 그동안 참 열심히들 살았다 나무들은 마지막 패를 던지듯 벌겋게 상기된 이파리를 떨군다 한평생 머리채를 휘둘리던 풀잎도 가을볕에 색 바랜 몸을 뉘고 편하다 억척스레 살아온 저마다의 무게를 땅 위에 반납하는 가벼움이...  
120 어머니와 순애 ― 박태일(1954∼)
정조앤
Dec 02, 2019 415
어머니와 순애 ― 박태일(1954∼) 어머니 눈가를 비비시더니 아침부터 저녁까지 비비시더니 어린 순애 떠나는 버스 밑에서도 잘 가라 손 저어 말씀하시고 눈 붉혀 조심해라 이어시더니 사람 많은 출차대 차마 마음 누르지 못해 내려보고 올려보시더니 어머니 털...  
119 나는 저 아이들이 좋다 ― 이성복(1952∼)
정조앤
Dec 02, 2019 194
나는 저 아이들이 좋다 ― 이성복(1952∼) 나는 저 아이들이 좋다. 조금만 실수해도 얼굴에 나타나는 아이, “아 미치겠네” 중얼거리는 아이, 별것 아닌 일에 ‘애들이 나 보면 가만 안 두겠지?’ 걱정하는 아이, 좀처럼 웃지 않는 아이, 좀처럼 안 웃어도 피곤한 ...  
118 상가에 모인 구두들 ― 유홍준(1962∼)
정조앤
Dec 02, 2019 109
상가에 모인 구두들 ― 유홍준(1962∼) 저녁 상가에 구두들이 모인다 아무리 단정히 벗어놓아도 문상을 하고 나면 흐트러져 있는 신발들 젠장, 구두가 구두를 짓밟는 게 삶이다 밟히지 않는 건 망자의 신발뿐이다 정리가 되지 않는 상가의 구두들이여 저건 네 ...  
117 빨래―김혜숙(1937∼ ) 1
정조앤
Apr 01, 2021 146
빨래로 널려야지 부끄럼 한 점 없는 나는 빨래로 널려야지. 피얼룩 기름때 숨어 살던 눈물 또 서툰 사랑도 이젠 다 떨어버려야지. 다시 살아나야지. 밝은 햇볕 아래 종횡무진 바람 속에 젖은 몸 다 말리고 하얀 나래 퍼득여야지 한 점 부끄러움 없는 하얀 나...  
116 이생―하재연(1975∼ )
정조앤
Apr 01, 2021 162
엄마가 나 되고 내가 엄마 되면 그 자장가 불러줄게 엄마가 한 번도 안 불러준 엄마가 한 번도 못 들어본 그 자장가 불러줄게 내가 엄마 되고 엄마가 나 되면 예쁜 엄마 도시락 싸 시 지으러 가는 백일장에 구름처럼 흰 레이스 원피스 며칠 전날 밤부터 머리...  
115 원석(原石) ― 정진규(1939∼2017)
정조앤
Nov 12, 2019 142
원석(原石) ― 정진규(1939∼2017) 사람들은 슬픔과 외로움과 아픔과 어두움 같은 것들을 자신의 쓰레기라 생각한다 버려야 할 것들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그것들을 줍는 거지 사랑하는 거지 몇 해 전 집을 옮길 때만 해도 그들의 짐짝이 제일 많았다 그대...  
114 그대는 어디가 아픈가 ― 박진숙(1957∼)
정조앤
Nov 12, 2019 169
그대는 어디가 아픈가 ― 박진숙(1957∼) 좁은 벼랑길을 돌아나올 때 맞은편에서 오던 노인에게 길을 비켜주었습니다 노인은 지나갈 생각은 않고 내게 문득 물었습니다 그대는 어디가 아픈가 나는 기침을 했습니다 열이 나서 몸을 떨었습니다 안 아픈 데 없이 ...  
113 낙동강 하구에서 ― 허만하(1932∼)
정조앤
Nov 12, 2019 179
낙동강 하구에서 ― 허만하(1932∼) 바다에 이르러 강은 이름을 잃어버린다. 강과 바다 사이에서 흐름은 잠시 머뭇거린다. 그때 강은 슬프게도 아름다운 연한 초록빛 물이 된다. (중략) 두려워 말라, 흐름이여 너는 어머니 품에 돌아가리니 일곱 가지 슬픔의 어...  
112 기차표 운동화 ― 안현미(1972∼)
정조앤
Oct 11, 2019 340
기차표 운동화 ― 안현미(1972∼) 원주시민회관서 은행원에게 시집가던 날 언니는 스무 해 정성스레 가꾸던 뒤란 꽃밭의 다알리아처럼 눈이 부시게 고왔지요 서울로 돈 벌러 간 엄마 대신 초등학교 입학식 날 함께 갔던 언니는 시민회관 창틀에 매달려 눈물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