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랑드르 들판에’
존 맥거래
플랑드르 들판에 파피꽃이 만발했어요
꽂아 둔 십자가 사이사이로 줄지어 핀 꽃
눈이 부십니다
하늘에서는 종달새가 여전히 용감히 노래해도
땅에서 전쟁의 총소리로 인해 잘 안 들려요
얼마 전까지도 살았던 우리들 모두 죽은자가 되었지만
우리는 살아서 새벽에 깨었고 곱게 물던 저녁노을을 보았지요
사랑하였고 사랑도 받았어요. 그런데 지금
플랑드르 들판에 누워 있어요
우리와 싸우던 적을 맡아주세요
우리는 죽어가면서 횃불을 놓치고 있는데
대신 잡아 높이 들어주세요
죽어가는 우리들과 믿음을 깬다면
플랑드로 들판에 파피꽃이 자란다 해도
우리는 잠들지 못할 것입니다.
‘플랑드르 들판에’
김수영
이 시를 쓴 존 맥거래(John McCrae)는 캐나다인이었다. 세계 제일차대전(1914-1918) 때 참전한 그는 의무관으로 근무했을 때 많은 병사들이 죽어 이 들판에 묻히게 되었다. 특히 그와 절친이었던 알렉시스 헬머(Alexis Helmer) 소위가 전사하자 그의 무덤을 찾아갔다. 그곳에는 파피꽃이 만발하여 묘지를 뒤덮고 있었다. 전사자들을 위해 막 만들어진 묘지였다. 그는 곧이어 전장에서 전사한 병사들을 기리기 위하여 “플랑드르 들판에”란 시를 쓰게 되었다. 죽은 병사들의 소리와 들판에 아름답게 핀 파피 꽃이 대조를 이루면서 이시는 모두 죽은 자와 산 자를 위해 쓰였다. 살아있는 병사들도 경각심을 갖고 죽은 자들이 못 이룬 전쟁의 승리를 위해 열심히 싸워달라는 내용이다. 이 시는 일차세계대전 때 죽은 전사자들에 대한 시로서 가장 유명한 시가 되었다. 파피꽃은 Memorial Day에 대한 가장 강렬한 상징으로 오늘날도 Memorial Day 하면 파피꽃을 떠 올리게 된다. 전쟁터가 변하여 전사자들의 묘지가 되었고 그 묘지에 죽은 영혼들이 파피꽃이 되었고 시인은 그의 시가 일차대전 후 폭발적 인기를 갖고 유명해지게 된 것 보지 못한 체 1918년 1월 28일 전쟁 마지막 해에 지병인 기관지염으로 사망하였다.
그 많은 꽃 가운데 왜 하필 파피꽃일지 생각해 보았다. 전사자들 묘지가 온통 파피꽃으로 빨갛게 피었다는 것은 전사자들이 못다 이룬 젊음의 꿈이 그들이 흘린 선혈의 피로 꽃으로 승화하여 그들의 희생을 기억해 달라는 뜻일것이다. 우리말로 일면 양귀비꽃이라고도 하는데 당나라 현종 임금이 아들의 며느리로 간택되었던 여인의 빼어난 미모에 반해 후궁으로 받아들여 귀비라는 직위를 내림으로써 ‘양’씨 성을 가진 귀비라는 뜻의 양귀비가 되었다고 한다.
젊으나 젊은 꽃다운 나이에 전사한 그들의 귀한 몸이 훌륭한 비료가 되어 파피꽃으로 아름답게 피어 나 생존자들은 그들을 그리워하고 희생을 높이 기리게 되었으리라.
원래 ‘Memorial Day’ 는 미국의 남북전쟁 (The Civil War 1861-1865)이후 유례없는 전사자들을 기리기 위해 많은 꽃으로 묘소를 찾았던 유가족들로 인해 ‘Decoration Day’ 라고 불렀다고 한다. 남북전쟁 후 세계 1차, 2차 대전과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이락전쟁, 아프카니탄 전쟁 때 전사자 모두를 합쳐 이들의 희생을 기린다고 한다.
오늘날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민주주의를 구가하며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것은 전적으로 그들의 희생의 산물이란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되며 그들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귀한 영령들이여! 하나님의 가호 아래 편히 쉬기를 기원하오!
*Flanders : 플랑드르 (현제의 벨기의 서부. 네덜란드 남서부. 프랑스 북부를 포함한 북해에 면한 중세의 국가)
다음은 영문시다
“In Flanders Fields” by John McCrae
In Flanders fields the poppies blow
Between the crosses, row on row,
That mark our place; and in the sky
The larks, still bravely singing, fly
Scarce heard amid the guns below.
We are the Dead. Short days ago
We lived, felt dawn, saw sunset glow,
Loved and were loved, and now we lie
In Flanders fields.
Take up our quarrel with the foe:
To you from failing hands we throw
The torch; be yours to hold it high.
If ye break faith with us who die
We shall not sleep, though poppies grow
In Flanders fields.
댓글 12
강창오
2024.11.05 13:01
김선생님, 컨서트의 작시가 은혜의 파장되어 귓가에 쟁쟁합나다. 축하드립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사는 실버타운에서 다음주에 현충예배(Remembrance Day) 를 드립니다. 참으로 기이하게도 예배순서 중 지난번에 김선생님께서 올리셨던 In Flanders Fields의 시를 저에게 낭독하도록 순서를 짜 놓았군요. 저보고 낭독하나를 맡으라고 해서 OK 했는데 뜻밖에 In Flanders Fields의 시를 정해줘서 아무리 우연의 일치라지만 묘한 감정이 엇갈립니다
- The Poppy (by Unknown)
Read by Marion Stilwell
- Show us the Way to Peace (adapted from Kate Mcllhagga)
Read by Michael Carmody
-In Flanders Fields (John McCrae), Read by Yubill Kang
- John 15.9-17
Read by Maurice Landsber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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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2024.11.11 20:43
강선생님 제가 이제 들어 와 보니 선생님 글이 올라와 있네요. 정말로 축하드립니다. 그 자리에 참석하고 싶은데 갈 수가 없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유튜브 만드셔서 올려 주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꼭 듣고 싶습니다. 선생님 참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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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오
2024.11.12 12:25
어제 낭독을 할 때 김선생님이 올리셨던 플랑드르 들판이 떠 올랐습니다.
여기 관계자들에게도 이 우연의 일치를 얘기했더니 다 들 신기하다고 합니다.
자랑인 것 같지만, 낭독 후에 많은 사람들이 찬사를 보내주더군요.
한 중년 부인은 끝나고 나서 제손을 잡으며 낭독중에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렸다기에 낭독했 던 보람을 느꼈습니다.
저희 아이들도 유트브를 보내라고 재촉하는 데, 노인들이 진행하다 보니 아마도 유트브는 없을 것 같습니다. 몇 사람이 핸드폰으로 촬영하는 걸 봤는데 아무튼 알아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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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2024.11.14 19:38
Veterans Day 가 매우 뜻 깊었겠습니다. 그날 사진이라도 찍은 것 있으시면 올려 주실 수 있을까요.
선생님은 멀리 계시니 만나 뵐 수도 없고 그저 멀리서 축하의 말씀만 전하게 되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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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오
2024.11.16 15:14
다행이도 관중속의 친구들이 찍은 사진이 있어서 올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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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2024.11.18 22:58
선생님 안타깝게도 사진이 안 뜨는군요. 어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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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오
2024.11.1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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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오
2024.11.19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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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오
2024.11.1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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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오
2024.11.19 14:11
다시 시도를 했더니 일단 뜨긴 뜨는데 Get fingers crossed!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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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2024.11.19 21:44
아이고 사진을 보내주셔서 넘 감사합니다. 강선생님 미남이시네요. 한국분은 강선생님 혼자인 것 같은데 시를 낭송하셔서 많은 베테랑 분들께 감동을 주셔서 정말 뜻 깊은 날이었겠습니다. 한국이 또 한 번 빛을 내는 날이었습니다. 대한민국 만만세!! 할렐루야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