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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산책

Articles 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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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정조앤
Jan 19, 2022 977
Notice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file
정조앤
Apr 05, 2016 1147
11 비 듣는 밤 / 최창균
정조앤
Jun 17, 2024 41
비 듣는 밤 / 최창균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빗소리 참으로 많은 생을 불러 세우는구나 제 생을 밀어내다 축 늘어져서는 그만 소리하지 않는 저 마른 목의 풀이며 꽃들이 나를 숲이고 들이고 추적추적 세워놓고 있구나 어둠마저 퉁퉁 불어터지도록 세울 것처...  
10 계속―안미옥(1984∼)
정조앤
Jun 17, 2024 51
선생님 제 영혼은 나무예요 제 꿈은 언젠가 나무가 되는 것이에요 아이가 퉁퉁 부은 얼굴로 주저앉아 있다가 일어나 교실 밖으로 나간다 영혼이란 말은 언제부터 있어서 너는 나무의 영혼이 되어버렸나 영혼은 그림자보다 흐리고 영혼은 생활이 없고 영혼은 ...  
9 산수국 / 허형만
정조앤
Jun 22, 2024 40
산수국 / 허형만 흐벅지게 핀 산수국 오져서 차마 아주 떠나지는 못하고 가담가담 오시어 가만히 들여다보는 여우비 갈맷빛 이파리마다 조롱조롱 매달려 가슴 졸이는 물방울 나에게도 산수국처럼 탐스러웠던 시절 있었지 물방울처럼 매달렸던 사랑 있었지 오...  
8 저 꽃은 저물 무렵―이소연(1983∼ )
정조앤
Jun 28, 2024 28
화장실에 꽃을 두고 왔다 모래사장에 짐을 내려놓고서야 생각났다 매리골드는 처음이잖아 이러니까 그리운 게 나쁜 감정 같네 누굴 주려던 건 아니지만 두고 온 꽃을 가지러 갈까? 이미 늦은 일이야 그냥 평생 그리워하자 꽃을 두고 왔어 내가 말했을 때 우리...  
7 가끔은 연필을 깎고 싶을 때가 있다 / 황정희
정조앤
Jul 02, 2024 30
가끔은 연필을 깎고 싶을 때가 있다 / 황정희 연필을 깎는다 사각이며 깎여 나가는 소리가 한 사람이 멀리서 뛰어오는 발걸음 소리 같다 저문 안부가 보낼 때마다 하루를 긁적이게 하는 노을의 붉은 빛처럼 수북해져 연필이 깎여 나갈수록 내 생활의 변명처럼...  
6 사소한 새벽 / 이민하
정조앤
Jul 02, 2024 41
사소한 새벽 / 이민하 할머니 화장은 왜 하셨어요. 어딜 급히 가시려고 빨간 루주가 어색한 줄도 모르고 문을 열고 바람을 맞고 계세요. 화장 고치는 건 사진 속의 꽃 가꾸는 일보다 쉬운 일이잖아요. 아파트 화단만 지나면 벌통처럼 북적거리는 시장엔 왜 며...  
5 울음이 있는 방―최영숙(1960∼2003)
정조앤
Jul 08, 2024 24
1 한 여인이 운다네 다 큰 한 여인이 운다네 이곳은 물소리가 담을 넘는 오래된 동네 나 태어나 여직 한번도 옮긴 적 없다네 그런 동네에 여인의 울음소리 들리네 처음엔 크게 그러다 조금씩 낮게 산비알 골목길을 휘돌아 나가네 햇빛도 맑은 날 오늘은 동네...  
4 역광의 세계 ―안희연(1986∼ )
정조앤
Jul 08, 2024 35
버려진 페이지들을 주워 책을 만들었다 거기 한 사람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한 페이지도 포기할 수 없어서 밤마다 책장을 펼쳐 버려진 행성으로 갔다 나에게 두개의 시간이 생긴 것이다 처음엔 몰래 훔쳐보기만 할 생각이었다 한 페이지에 죽...  
3 초록농사 / 김솜
정조앤
Jul 12, 2024 18
초록농사 / 김솜 수목장이 있는 숲길로 접어든다 발자국 소리가 쏘아올린 새떼 떡갈나무 우듬지 끝에 고물고물 놀던 햇살이 반짝, 몸을 턴다 스스럼없이 스크럼을 짜는 초록, 지금 절정이다 서로의 어깨를 감아올린 푸른 연대가 다분하고 다정하다 옥천 향수...  
2 옥수수밭에서 / 장옥관
정조앤
Jul 12, 2024 29
옥수수밭에서 / 장옥관 옥수수를 추수하려면 낫이 있어야 한단다 시퍼런 날이 선 낫이 있어야 한단다 빛이 어룽댈 정도로 날 선 낫날로 쳐 넘겨야 한단다 그러면 옥수수는 콱, 자빠지겠지 무릎을 잃고 주저앉겠지 초록 비린내가 왈칵, 뿜어져 나오겠지 하지만...  
1 중요한 역할―임승유(1973∼ )
정조앤
Jul 16, 2024 16
작고 예뻐서 데려온 애가 남천이었어요. 어디서나 잘 자란다고 하고. 한동네 살다가 이사간 금천이라는 애도 생각나고. 그래서 잘 키워보고 싶었죠. 생각날 때마다 창문 열어주면서 물 주면서 그랬는데 시들해요. 일조량이 부족했을까요. 금천이가 중학생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