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창작에서 상상의 4가지 질문 / 박양근
수필창작에서 상상은 '새롭게 보기'에 해당한다. '새롭게'는 대상을 새롭게 해석하고, 묘사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심미적 작업을 뜻한다. 달리 말하면 수필쓰기의 낯섦은 착상, 성찰, 해석과 표현에서 실험정신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설명은 수필은 체험을 바탕으로 하므로 '상상의 문학'이 아니라고 말하는 단견을 극복하게 된다.
문학과 예술은 어떤 형태로이든 상상이라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간혹 수필은 체험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문학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는데, 이것은 상상과 허구의 개념을 혼돈 하는 데서 비롯한다. 쉽게 말하면 허구는 있을법한 개연성을 가진 사건이며, 상상은 새롭게 생각하는 힘에 해당한다. 차이가 있다면 시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소설은 허구를 바탕으로, 수필은 체험을 바탕으로 각각의 상상이 이루어진다.
상상과 창작성을 관련지을 때 고려할 문제는 대상을 해석하는 방식이다. 보통은 육안으로 대상을 바라보지만 인문철학자로서 수필가는 해석방식이 남달라야 한다. 예를 들면 사물을 해석판 위에 놓인 기호나 암호로 바라보는 것이다. 세상은 무수한 기호의 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든 기호는 상상을 통해 해독된다. 작가가 지니고 있는 상상력은 대상이 지닌 의미를 얼마나 깊게 풀이하는가를 결정한다. 상상이 구체적으로 발휘되는 방식은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이다. 대상과의 소통방식으로서 질문은 "무엇, 왜, 그렇다면, 어디서"가 포함된다.
바슐라르가 말한 상상을 실행하는 방식으로 4가지 질문을 생각할 수 있다. 질문은 기본적으로 4가지로 기하학적 구조로 영결되어 있다.
첫 번째 질문은 대상에 내포된 근원에 대한 질문으로 "무엇?"이라는 내향성을 지닌다. '무엇'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반복함으로써 근원에 접근하여 마침내 사랑의 근원, 미움의 근원, 아름다움의 근원, 죽음의 근원에 이른다. 이를테면 "새는 무엇인가?"라는 연속적인 질문을 거듭하다보면 '꽃의 삶과 사람의 삶이 일치함'을 인식하게 된다. 이런 과정으로 이루어진 수필은 의미망을 이룰 수 있다.
두 번째 질문은 외향성을 따른다. 제제가 다른 사물과 맺고 있는 상관성에 대한 질문으로 만물이 우주의 일부라는 유기적 결속 망을 자각시켜준다. 촛불의 빛이 "왜 사방으로 뻗는가?"라고 연속적으로 묻다가보면, 이 질문은 종국적으로 대상-우주-대상의 관계를 규명하게 되고, 이것이 바탕이 된 수필은 대상과 타대상과 우주를 합친 결속망을 이루게 된다.
세 번째 대상에는 인간계로 건너오는 횡단적 질문으로 "그렇다면?"에 해당한다. 작가와 대상간의 관계를 질문하는 것으로 시나 소설에서 찾을 수 없는 수필 특유의 질문에 해당한다. 이 질문은 삶과 유기성을 밝히는 것으로 "새의 울음은 내게 뭔가?"라는 질문처럼 작가와 독자 간에 이루어지는 경험의 호환성에 관한 답을 준다. 수필은 체험이라는 유전자를 지니므로 사물에 대한 내적·외적 투시와 횡단적 질문이 있을 때 수필이 허용하는 상상이 이루어진 다. 이때 수필은 대상과 작가 사이에 인연망을 이룬다.
네 번째는 작가가 처한 시공에 해당하는 "어디에?"에 관한 질문이다. 시공에 대한 질문은 개성적인 관점을 구축하는 행위로서 작품에 설정된 공간에 대하여 이 푸 투안(Yi Fu Tuan)이 말한 공간자각인 토포필리아(Topophilia)를 점검하는 질문이다. 동일 대상에 대하여 작가의 반응이 다른 것은 작가가 인식하는 공간지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것에 의하여 글의 개성미가 좌우된다.
결국, 좋은 수필은 대상에 대한 이 네 가지 질문을 묻는다. 이것은 재미, 공감과 문학성을 담보하는 미적 창작에 해당하므로 이 네 가지 질문이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를 지니는가를 검토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