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아니야, 라고 말해도 그건 보이지 않는 거리의 조약돌처럼
우리를 넘어뜨릴 수 있고
작은 감기야, 라고 말해도 창백한 얼굴은 일회용 마스크처럼 눈
앞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어느 날 아침에 눈병에 걸렸고, 볼에 홍조를 띤 사람이 되
었다가 대부분의 사람처럼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다.병은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밥을 먹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걸
어오는 우리처럼 살아가다가 죽고 만다.말끔한 아침은 누군가의 소독된 병실처럼 오고 있다.
저녁 해가 기울 때 테이블과 의자를 내놓고 감자튀김을 먹는 사
람들은 축구 경기를 보며 말한다. “정말 끝내주는 경기였어.” 나는
주저앉은 채로 숨을 고르는 상대편을 생각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
다. 아직 끝나지 않아서밤의 비행기는 푸른 바다에서 해수면 위로 몸을 뒤집는 돌고래처
럼 우리에게 보인다.매일 다른 색의 빛으로 물들어가는 하늘 아래에서 사람들은 끊임
없이 모이고 흩어지고 있다.버스에서 승객들은 함께 손잡이를 잡으면서 덜컹거리고, 승용차
를 모는 운전자는 차장에 빗방울이 점점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편
의점에서 검은 봉투를 쥔 손님들이 줄지어 나오지.돌아보면 옆의 사람이 없는, 돌아보면 옆의 사람이 생겨나는. 어
느새 나는 10년 후에 상상한 하늘 아래를 지나고 있었다.쥐었다가 펴는 손에 빛은 끈질기게 달라붙어 있었다. 보고 있지
않아도 그랬다.내가 지나온 모든 것이 아직 살아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