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바다에서 게를 뜯어내고- 이경선
- 기사입력 : 2019-01-01 22:52:41
간신히 삼켜버린 한숨이 비려지면
목 안의 근육들이 실눈처럼 벌어지고
묵묵한 바다를 향해
등 구부려 해감한다
물 위를 달려가는 주름진 한숨 더미
부표를 끌어안고 바다는 늙어가고
관절의 묵은 소금기
일어서려 넘실댄다
성글은 어망 속엔 철 만난 알 품은 게
어망을 부여잡은 게의 집게발과
서로를 놓치지 않는
게와 게의 집게발
바다는 게를 따라 포구로 올라왔다
바다를 뜯어내느라 기우는 어부의 등
창백한 휜 낮달 같다
생활이 만곡이다
[당선소감] 좋은 인연들에게 띄우는 감사 인사
달이 참 예뻤다.
감사 인사만 전하자고 마음먹었다.
김기택 교수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고 만난 첫 선생님이 교수님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주 인사드리지 못하지만 항상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게으르고 또 게으른 나를 온갖 잔소리와 채찍질로 어떻게든 글을 놓지 않게 만든 안동 사는 이지은 양에게도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지난 몇 년간 당신 덕에 숨을 쉬고, 글을 쓰고, 살아남았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느라 항상 수고가 많습니다. 당신의 글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영광입니다. 옥진 언니, 금란 언니, 현재 언니, 정미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까칠하고 날 선 저를 있는 그대로 무던히 감당해 주셔서 곁에 서 있습니다.
MID 출판사의 최성훈 사장님, 틈틈이 일하게 해주셔서 고비마다 버틸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인연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분야는 다르지만 가르침을 주신 노희준 교수님, 해이수 교수님께도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조금씩이라도 좋은 소식을 계속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경주야, 얼굴도 자주 못 보고, 연락도 드물지만 네가 언제나 행복하길 기원해. 평범하게 가족을 지키고 사는 네가 대견해. 미움과 증오에 자신을 내주지 않기를,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다는 걸 이해하고, 사람이니까 그렇지 않은 삶을 계속 살아나가길 바라.
오랜 친구인 래선, 어서 힘을 내고 스스로 일어나길. 래선이 동생 화성, 넌 잘 살 거야. 믿어 의심치 않아. 지현 언니, 정 없는 사람을 정으로 챙겨주는 것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뽑아주신 경남신문과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또 한 번 무너지지 않고 계속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