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감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Ups 단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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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창 이태영 경북 영주 방문 작품 2020년 1029-2020 아래 곶감사진도


추수 감사절 전날이었다. 우리 집에 Ups 상자 하나가 배달되었다. 오렌지카운티에 사는 친구 나리한테서 온 겹으로 잘 포장된 단감 상자였다. 지금은 단감 철이다. 들여다보니 배 보다 배꼽이 더 큰 송료라 고마운 마음에 미안한 마음이 더 컸다.

 

감동이었다. 전화선 저편의 목소리는 그저 정으로 먹으라는 말만 되풀이 해댄다. 뒤뜰 감나무에서 남편이 땄단다. 하나씩 둘씩 차곡차곡 조심스레 싸고 사이사이 켜켜이 신문지를 넣어 상하지 않게 잘 포장한 솜씨도 남편의 것이었다고. 이렇게 마음을 함께 싸서 Ups 회사까지 운전하고 가서 Ups로 배달시키기 위해 줄을 섰을 친구 남편의 그 기다림을 생각하며 감을 먹으려니 목이 싸아 해왔다.

 

우리집 뒤뜰에도 감나무 한 그루가 있다. 그 나무 가지 끝에 감이 알알이 익어가는 가을이 왔다. 낮 동안 남가주의 푸른 하늘과 이마를 맞댄 감나무는 햇볕으로 옹골지게 속살을 찌웠다. 나무 가득 달린 수확의 풍성함을 자랑하려던 무렵이었다. 한 해 동안 보살핀 수고를 대단하게 여길 그 즈음 새들이 익은 쪽부터 쪼아 먹어댔고 또 다람쥐 부대의 습격으로 속상한 감 농사가 되고 말았다. 이참에 나리의 Ups 단감은 속상한 내 마음을 다독여 주는 듯 그래서 그 정성이 더 고맙게 다가왔다. 나리네 동네는 다람쥐도 없고 새들도 없는지 어쩜 이토록 아삭대는 육질에 단물 가득 속살 익은 단감을 수확할 수 있었을까 싶었다.

 

왜 감은 주황색일까? 익으면 껍질도 속살도 같은 색깔이다. 어릴 적 고향의 홍시감나무가 떠오른다. 마을의 대를 이어 오면서 백 살짜리 감나무에 천개의 감이 연다 하여 감나무의 고목을 자손의 번창과 득남을 비는 신앙의 대상으로 여기기도 했다. 효(孝)를 상징하며 서리를 이기고 늦가을까지 버티고 있으니 절(節)이 있는 과일로 쳤다. 그토록 탐스런 주홍빛을 발하며 위로는 하늘의 지혜를, 땅에서는 흙냄새를, 새벽에는 이슬방울의 투명한 생명력을, 늦서리에는 속살 붉게까지 참으면서, 여린 감꽃 시절을 훌쩍 뛰어넘고 저 높게 의연해 있는 모습은 다른 과일이 감히 근접 못할 월등한 품격이란 생각이 든다.

 

채소와 과일이 다 사라진 늦은 가을철에도 인간은 여러 가지 영양소를 공급받을 수 있어왔다. 통통하게 살찐 감 몸집 속에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는 단감의 헌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창조주의 생태계 조절 솜씨는 과연 인간을 향해 주기만 하는 사랑의 극치라고 깨닫게 된다. 그저 놀랍고 감사할 뿐이다.

 

감이 기독교적인 과일이라고 믿게 되는 이유는 감나무야 말로 나사렛 그 청년처럼 완전히 주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생 걸로 먹고, 말려서 먹고, 익은 다음에 먹는데 바로 알감이, 곶감이, 또 홍시의 단계가 그렇다. 요새는 감 장아찌로도 먹는다. 어느 과일이 이런 재롱을 피우는가? 새 순 돋는 잎은 말려 차를 끊여 마신다. 떨어진 낙엽은 애절한 마음을 적어 연서로 책갈피 속에, 연수가 다하여 죽기라도 하면 땔감으로 사용된다. 그 뿐인가. 감나무 장농은 단단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가구이다. 그야말로 완전 희생을 실천하는 나무다.

 

더 기막힌 비밀은 감 씨를 아무리 심어도 감나무는 안 나온다는 것이다. 싹이 터서 나오는 것은 도토리만큼 작고 떫은 고욤나무다. 이때 감나무에 접목해야만 감이 열리는 진짜 감나무가 된다. 감 씨를 심어 고욤나무가 나와 삼사년쯤 되면 그 줄기를 대각선으로 째고 기존의 감나무 가지에 접을 붙이는 것이다. 완전히 접합되어야, 인내와 기다림 속에서 새 생명인 <감나무>의 발아가 시작된다. 거기엔 생가지를 찢는 아픔이 있고 본 가지에서 떨어져 나가는 떠남의 슬픔도 있다. 그것이 <감나무>란 새로운 생명체에 들어가는 유일한 길이 아닌가. 자기부인(自己否認)의 처절한 떠남 없이는 인간의 구원의 도(道)도 없다는 깨달음이 계시처럼 숨어 있다. 예수와 접 부처야 부활이란 나무에 영생의 열매로 맺히는 유일한 구원의 법칙이 여기서도 명백하게 적용되고 있다. 바로 은혜며 복음인 것이다.

 

감은 주성분인 포도당과 과당을 포함해 비타민의 모체인 베타카로틴이 풍부하다. 항암과실로 인기가 높다. 주고 또 주는 마지막 혼신의 즙과 액까지 준다. 바로 감식초이다. 첨가물을 넣지 않고 민간전래 방법으로 숙성시킨 이 식초는 유기산이 많아 당뇨, 비만 등 성인병 예방, 피로 회복에 치료효과가 높다. 그 뿐인가. 순환기 질환 등 감기예방에도 감잎차가 좋고, 하루에 한 두 잔이면 필요한 섭취량의 영양분을 충족시킨다고 하니 이런 고마운 자연 처방이 어디 있을꼬!

 

냉장고에 잘 간직되어 있는 나리의 단감은 우리 두 내외에게 건강의 대로를 펼쳐줄게 확실하다. 나리의 Ups 배달 단감은 극상품이었다. 보기에도 맛깔스럽게 잘 익어 알이 크고 색깔 곱고 윤기 자르르 흐르는 탐스럽게 생긴 것들이었다. 그런 것으로만 골라 많이도 보내준 나리 내외 마음이 더 극상품이었다. 이런 기독교적인 감 농사를 친구 나리는 자기 뒤뜰에 어떻게 이토록 잘 수확 할 수 있었을까. 감농사가 흉작인 멀리 사는 나 같은 친구와 Ups로 나누어 먹을 생각을 했는지, 정으로 먹으라는 나리의 음성이 귓전을 맴돈다.

 

우리집 감농사가 잘되어도 나는 이웃과 나누어 먹을 생각을 했을까? 다람쥐와 새들과 개미떼들에게 자기 살을 나누어 주는 우리집 단감나무가 이기적인 내 좁은 생각을 부끄럽게 했다. 나리의 Ups 단감소포는 한 수 가르쳐 준 스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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