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잣대

 

                                                                                                   김윤희 

 

    피아노 소리에 잠에서 깬다. 아들이 연주하는 베토벤 ‘비창 소나타’ 3악장의 선율이 아침 공기를 경쾌하게 흔든다. 진한 원두커피 향이 집 안 가득 퍼지고, 부엌에서는 달그락달그락, 지글지글, 보글보글 남편이 아침 식사 준비로 분주하다. 주말 아침, 우리 집의 익숙한 풍경이다. 식탁에는 커피와 팬케이크, 삶은 달걀과 과일 한 접시가 놓여 있다. 소박하지만 어느 고급 레스토랑보다 더 따뜻하고 포근하다. 주중에는 바쁜 일상에 쫓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날도 많지만, 주말 아침만큼은 남편이 자처해서 주방장이 되어 가족식당을 연다. 아이들은 아빠가 정성껏 차려놓은 음식을 먹으며 한 주 동안 밀린 이야기꽃을 피운다.

 

    아들이 시카고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후 우리 가족은 비로소 완전체가 되었다. 타주로 대학 진학을 위해 떠난 많은 자녀중에는 돌아오지 많고 그곳에서 뿌리를 내린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에 캘리포니아에 머무러 주길 바랐다. 하지만 본인이 원하는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은 전공을 찾아가는 아들의 길을 막을 수가 없었다. 봄, 여름, 겨울 방학 기간에 잠깐 다녀가는 아들은 늘 손님 같았다. 집 떠나면 고생인 것을 깨달았는지 졸업과 동시에 토렌스로 돌아오겠다고 한다. 제약회사에서 약품 원료를 개발하는 연구원으로 이미 취업까지 결정된 터라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타 도시에 살아보니 토렌스 만한 곳도 없단다. 내가 고향을 그리워하듯 아들도 귀소본능을 느꼈나 보다.  

 

    몇 년 전 자수성가한 어느 지인분 댁에 우리 가족은 초대를 받았다. 거실과 주방에서도 태평양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망과 고급스러운 실내 인테리어는 한눈에 봐도 재력가임을 알 수 있었다. 풍성한 대접을 받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딸내미가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저 집 엄청 부자 같은데 왜 행복해 보이지 않아요?’ 

무슨 뜻인지 묻자, 가족들의 얼굴이 다들 슬퍼 보였다는 것이다. 사실, 그 집은 도박에 빠진 아들 문제로 속을 앓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물질이 많다고 다 행복한 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 하루였다.

“엄마, 우리 집이 훨씬 행복한 것 같아요. 우리는 자주 웃잖아요.”

딸의 그 한마디는 부모로서의 내 삶에 가장 큰 보상 같았다.

 

   사람마다 행복의 가치는 다르다. 권력, 명예, 재력, 학벌 등 자신이 부족한 것에 행복의 잣대를 대다 보면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며 살 때가 많다. 머지않아 우리 자녀들도 부모 품을 떠나 독립하는 순간이 오고 또 보내줘야 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아들과 딸이 결혼하여 새 가정을 꾸릴 때 우리 가족이 나누었던 수많은 대화와 마음을 나눈 시간들이 좋은 자양분이 되어, 건강하고 단란한 가정으로 이어지길 소망한다. 

“가화만사성”

가정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말은,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유효한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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