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아리랑 

 

                                                                                                           김윤희 

 

  국악 신동으로 이름을 알린 여고생이 부르는 구성진 아리랑 노랫가락이 가슴 깊숙이 파문을 일으킨다. 온실 속 화초처럼 여리고 가냘픈 외모와는 달리, 민족의 한을 토해내듯 터져 나오는 폭발적인 가창력에 온몸이 전율로 요동친다. 과연 ‘국악 신동’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았다.

 외국에 나가면 누구나 애국자가 되고 타향살이 속에서는 까치 소리 하나에도 가슴이 뭉클해 진다고 한다. 바람결에 스쳐 오는 고국의 소식에도 마음은 출렁이고 교포 사회의 자잘한 뉴스에도 항상 귀를 열고 살아간다. 동병상련이라 했던가. 오랜 세월 외로움과 향수에 젖어 살아온 탓인지, 요즘은 일면식조차 없는 C군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캘리포니아 샌루이스 오비스포(San Luis Obispo Men’s Colony) 교도소에 복역 중인 25세 한인 청년 C군. 그의 사연은 교도소 선교를 다니시는 목사님을 통해 알게 되었다. 7년 전, 이혼한 홀어머니와 함께 부푼 꿈을 안고 미국으로 왔다. 하지만 어머니는 사업 파트너에게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잃었다.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는 속담처럼, 일가친척 하나 없는 타지에서 모자의 처지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였다. 식당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던 어머니는, 팔자를 고치고 싶었던 것인지, 힘든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어서였는지, 재혼으로 새출발을 했다. 새아버지는 성인이 된 아들의 독립을 당연시했고, 모자는 뜻하지 않게 이산가족이 되어버렸다. 이후 어머니는 타주로 이사하며 연락까지 끊긴 상태라고 했다.

  홀로 남겨진 C군에게 낯선 타국은 막막한 어둠 그 자체였다. 외로움과 두려움, 어머니에게 버림받았다는 소외감이 그를 갱단의 세계로 밀어 넣었다. 절도와 강도, 마약에까지 손을 댄 끝에 결국 경찰에 체포되면서 그의 타락은 멈추게 되었다.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고 한다. 어머니의 존재 목적은 끊임없이 사랑하고 아낌없이 희생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의 본성은 사랑과 희생이다. 아들을 홀로 두고 떠난 그 어미의 사정을 알 수 없지만, 모든 어머니가 신이 주셨다는 그 마음을 다 갖는 건 아닌가 보다.

 대한민국 면적보다 98배나 크다는 이 넓은 미국땅에서 고작 몇 평 남짓한 공간에서 죗값을 치르고 있는 대한의 아들. 된장찌개 한 그릇, 김치 한 접시가 간절한 그의 삶. 어머니가 보고 싶고, 고향이 그리울 땐 자신도 모르게 ‘아리랑’을 흥얼거리게 된다는 말을 듣고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책을 고르기 위해 서점에 들렀다. 한참을 고민하다 닉 부이치치의 저서 『허그』를 골랐다. 두 팔과 두 다리 없이 태어났지만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며 전 세계를 누비는 닉의 이야기를 C군에게 전하고 싶었다. 진심을 담아 쓴 편지를 책갈피에 끼워 보낸 지 두 달쯤 지났을까?  답장이 왔다. 큰 위로와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는 감사의 인사말과 함께 출소하면 꼭 찾아뵙겠다는 내용이었다.  이후로는 C군의 소식을 들은 적이 없다.

   사람들은 미국을 ‘자유의 나라, 기회의 땅”이라 부른다. 하지만 C군에게는 오히려 자유와 기회를 앗아간 가혹한 나라였을지도 모른다. 과거의 실수가 평생을 따라다니며 족쇄가 되는 일은 세상에 흔하다. 금 간 뼈가 아물면 그 전보다 더 단단해진다고 한다. 청년의  상처가 오히려 새 삶을 향한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그가 『허그』를 통해 희망을 발견하고, 그 책처럼 누군가에게 다시 ‘포옹’이 되어주는 존재가 되길 기도한다. 더는 혼자 아리랑을 부르지 않고, 사람들과 함께 희망의 찬가를 합창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