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의 달
신순희
하얀 얼굴. 8월 한가위 달이 창백하게 밝다. 어찌나 밝은지 얼룩이 선명하다. 혹시 옥토끼가 보이나, 찾다 만다. 암만 봐도 비슷한 그림도 안 나오는데 어찌 옛사람들은 토끼를 보았을까. 선한 마음을 가졌기에 그런가. 아니, 시애틀 하늘이라 보이지 않는 건가.
어머니는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예쁜 딸 낳는다고 하셨다. 그 얘기를 들으며 동생들과 경쟁하며 송편을 빚었다. 베보자기를 깔고 솔잎 덮어 구멍 숭숭 뚫린 시루에 쪘다. 뜨겁게 김이 오르면 하나씩 떼어 참기름을 발랐다. 콩인가 깨인가 속 비춰보며 골라 먹었다. 지금 어머닌 그 시루 행방 기억조차 못 하신다.
한인 마켓에서 색깔 고운 송편을 사 왔다. 내가 좋아하는 콩이 들은 건 하나도 없다. 아무려나 그때 그 맛은 아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한가위 송편 맛은 알아야겠다. 얘들아, 엄마 어릴 땐 햅쌀밥에 토란국 먹었다. 갑사 한복 입고 조상님께 차례도 지냈다.
보름달은 잠깐이고 곧 기울겠지. 저 달이 기울어가며 차가워지고 밤은 깊어간다. 이방인의 골목 서성이는 마음 달과 같다. 일그러졌다 채워졌다 하며 한 달이 간다. 묵묵한 달이 흔들린다.
[2018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