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단상] 꽃대 잘린 호접란

 댓글 2026-03-27 (금) 12:00:00 이효종 수필가
 
유심히 살펴보니 꽃대 위 두화 부분이 부러졌다. 호접란꽃 여덟 송이가 화사하게 피어있지만 위로 계속 꽃을 피워낼 꽃대가 싹둑 잘린 것이다. 호접란 현재 모습을 그대로 보면 새로운 꽃을 더 매달 수가 없다. 핀 꽃들이 지고 나면 그냥 축 처진 잎만 남을 호접란이라 싸게 파는 것이리라.


 나는 그중 세력이 강해 보이는 호접란 화분 하나를 골라 사 왔다. 꽃대 잘린 호접란의 가치를 보이는 모습대로 제한시킬 필요가 없다. 꽃이 지고 난 후 가을 막바지에 접어들 때 온도를 잘 맞춰주면 새 꽃대를 올릴 수 있다. 또 꽃이 지고 난 후에 꽃대를 잘라서 꺾꽂이를 하면 몇 그루의 아기 호접란으로 분식시킬 수도 있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꽃대가 부러진 호접란도 내년쯤에는 세 그루 네 그루의 화사한 호접란으로 변화될 수 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때였다. 내 보기에 잠재력이 있는 제자가 찾아와 상담을 요청하였다. 지방대학을 나와서 어디 취직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는 것이다. 과제도 충실히 하고 시험을 잘 봐서 좋은 성적으로 졸업해도 어느 회사가 채용해 줄 것 같지 않아 공부할 마음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감 부족으로 의기소침해하는 학생이 한둘이 아니었다. 사람은 자신이 마음먹고 꿈을 꾸는 데로 성장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자꾸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자신의 역량과 처한 환경이 열악하다고 생각한다.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여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도전 정신이다. 나는 고인이 된 정주영 회장이 했던 유명한 말을 해주고는 했다. “해 보기나 해봤어?”

 자기의 가치를 자신이 낮게 평가하는데 누가 더 높게 평가할 수 있는가. 누구나 한두 가지의 약점을 안고 산다. 꽃대가 잘린 호접란의 슬픔을 모르는 바 아니다. 생장점에 해당하는 두화가 잘려 새로운 꽃을 피울 수 없는 애달픔이 있다. 그러나 뿌리를 잘 건사하고 적절한 빛과 양분을 섭취하며 해를 견디면 아름다운 꽃을 계속해서 피울 수 있다.

 도전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필요하다. 도전은 사람의 내면을 봄볕처럼 채워주니까.

<이효종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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