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에세이] 문화 공백

 댓글 2026-03-11 (수) 12:00:00 이명숙 수필가
 
특히, 인빈시블(Invincible)이라는 단어는 마블(Marvel)영화의 슈퍼 히어로에나 어울리는 단어라고 생각했는데, 1970년도에 그렇게 대담하게 노래했던 그녀에게 경외감을 느꼈다. 그 노래는 늘 현모양처를 꿈꾸며 인내만이 가치가 있고 도전이나 투쟁보다는 포기를 택했던 나를 돌아보게 했다.


2020년 9월 29일 78세로 사망한 그녀의 삶은 동시대를 살면서도 전혀 알지 못했다. 화려한 스타로서가 아닌, 한 강인한 여성으로 사는 그녀의 삶을 영화를 통해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마지막 자막이 올라가는 걸 물끄러미 보고 있는데 문은주(Unjoo Moon)라는 이름이 감독으로 나왔다. 혹시 하며 부랴부랴 검색해 보니 호주 출신 한국계 여성 감독이다. 헬렌 레디와 문은주 감독에 관한 이야기는 한국 신문에 잘 소개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당시 나는 이민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느라 외부 소식에 관한 관심도 경황도 없을 때였다. 게다가 영어의 한계로 미국 뉴스마저 외면하고 살다 보니 문화적으로 깜깜이가 되었다.

한국에서 살 때에는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소식에 눈과 귀가 활짝 열려 있었다. 여태 익숙했던 환경에서 벗어나 언어도 잘 통하지 않는 다른 나라에서 산다는 일이 쉽지가 않다. 이민 온 이후 들리지 않는 언어와 이해할 수 없는 문자 사이에서 한참을 헤맸고 지금도 여전히 애먹고 있다. 이 큰 땅에 살면서도 오히려 더 작은 우물 안 개구리로 사는 문화적으로 후퇴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닌지 염려가 되었다.

그런데 세상은 날로 급변하고 새로운 기술은 눈부시게 다가온다. 물론 내가 살지 않았던 시절의 미국 사회를 다 알거나 공백을 메꿀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발전된 기술 덕분에 시시각각 일어나는 세상 소식을 바로 전해 주는 손안의 기기가 있다. 알아야 할 문화 소식과 최신 정보를 마치 동시통역처럼 편하게 접할 수 있어 참 좋다.

 

<이명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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