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도에 불 꺼도 되나?"

뒤따라 나오면서 하는 남편의 말에 울컥 부아가 치민다.

뒤에 나오는 사람이 당연히 불을 끄고 나와야지 그걸 묻기는 왜 물어.

 

깜깜한 새벽에 먼저 나가는 사람이 불을 켜면서 나가면 뒤따라 나오는 사람이

끄면 될텐데 평소에 남편은 언제나 앞서 나가면서 불을 탁탁 끄고 나갔다.

어둠 속을 더듬거리며 뒤따라 나올 때마다 어찌 이리 배려심이 없나 혼자서 투덜거린 때가 많아

오늘은 내가 먼저 나오면서 불을 켜두고 나온 것이다.

 

"뒤에 나오는 사람이 당연히 불을 끄고 나와야지. 묻긴 왜 물어."

새벽기도 가는 길이란 걸 알면서도 짜증 섞인 말이 나왔다.

"응, 나는 당신이 또 들어갈건가 하고..."

엥? 전혀 의외의 말을 하고 있다. 

 

"맨날 당신은 먼저 나가면서 불을 탁탁 끄고 나가서 내가 더듬거리면서 뒤따라 나오거든. 그래서 오늘은 

내가 일부러 불을 켜 두었지. 뒤에 나오면서 끄면 좋잖아."

남편은 뭘 잘 잊어버리는 내가 불 끄는 것도 잊어버리고 나올까봐 미리 끄고 나오는 거였단다. 

 

말을 듣고 보니 그럴 듯하다. 맨날 잊어먹었다 소리를 입에 달고 있는 와이퍼가 불안하기도 했을거다. 

차고문을 열어두고 다니지 않나, 풀장 물을 밤새도록 틀어두어서 물이 넘치지를 않나, 개스불에서 곰국이

쫄아서 온 집을 연기로 채우지를 않나. 

불 끄는 걸 잊어먹을까봐 아예 스위치를 내리고 나간다는 남편의 말이 이해가 되면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오해 속에서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을 한다. 

서로 말을 안하고 오늘 하루도 넘겼다면 내일도 모레도 매일매일 나는 남편을 전혀 배려심도 없는

둔한 남자라고 불평하면서 살았을거다. 

때론 그것이 언쟁으로 번질지라도 부부 사이에는 가끔 불평을 터뜨리는 것도 괜찮은 거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