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성가대에 남편을 떠나 보낸 권사님이 계신다.
남편의 예쁨만 받으며 공주처럼 살던 분이라 세상이 모두 사라지는 것 같은 상실감으로 눈물을 달고 다녔다.
더구나 자녀가 없던 가정이라 그 외로움은 상상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
5년의 세월이 지난 이제 조금 상처가 치유되셨는지 모임에서 농담도 곧잘하던 본래의 모습을 찾으셨다.
새해의 첫 성가대 연습실에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1월 1일 아침에 어디서 날아왔는지 하얀 닭이 한마리 날아들어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닭의 해 첫날에 닭이 들어왔으니 올해는 행운이 찾아올 모양이라느니
올해는 시집을 갈 모양이라느니
돌아가신 남편이 이제는 그만 내 생각하고 시집을 가라고 사신을 보냈다느니
짖궂은 농담으로 많이 즐거웠다. 이름도 행복을 가져다 주었다며 공동으로 해피로 지었다.
사람들은 1월달이 다 가도록 만날때마다 해피 안부를 물었다. 심지어는 해피를 보러 심방까지 가는 사람도 생겼다.
다녀온 사람은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온 마당에 쌀을 뿌려 놓아서 처음에는 하늘에서 우박이 떨어진 줄 알았단다.
집주인의 해피 사랑은 그만큼 크고 해피를 바라보는 마음이 즐겁다는 뜻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들 마음도 흐뭇했다.
그런데 오늘은 슬픈 소식이 들렸다.
해피가 죽었다고 한다. 밤새 큰 짐승이 와서 죽였다는 것이다.
설명하는 권사님의 슬픈 마음이 전해져서 모두 우울한 분위기다.
평소 친하게 지내시던 지휘자님이 말씀하셨다. 해피 집을 주어줄 양으로 홈디포에서 나무를 사 나오다가
그 소식을 듣고 도로 리턴했다고 한다.
"내가 집을 지어주어도 그 집에서 잠을 자리라고는 생각 안 했어요. 닭들은 마음에 드는 장소에서 잘뿐, 자기 집이라고 들어가지 않아요. 권사님의 저 날렵한(?) 몸으로 저녁마다 해피를 잡아서 닭집에 넣으리라 기대는 안 했거던요. 그래도 지어주려고 했는데..."
사람들은 권사님의 마음을 달래려고 한 마디씩 했다. 장례식은 언제 할라고? 조가는 우리 성가대 모두가 가서 불러줄께.
권사님의 마음에서 하루빨리 해피의 존재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내 마음을 달구었던 누군가의 흔적이 그리 쉽게 지워질까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