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새해다.
추적추적 비를 뿌려주던 하늘도 오늘은 활짝 개어서 새 날을 맞는다.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면서 일년을 주욱 되집어 보았다.
사람들의 얼굴만 마음에 가득 차오니 우리의 삶은 온통 사람과의 관계로서만 형성되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는 행위가 있고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인격이 있는 반면 따뜻하고 넉넉하게 품어주는 배려도, 때로는 감동도 있었다. 그러고 보면 삶의 긴 여정은 참 단순하다. 도무지 사람들로 인하지 않고는 괴로울 일도 슬플 일도 기뻐할 일도 없다.
누구를 나의 기차에 태우는가에 따라 분노의 감정에 부대끼기도 하고 충만한 기쁨에 행복하기도 한다. 사람과의 만남에 따라 내 삶의 질도 달라지니 새해에는 귀하게 여겨지는 만남에만 집중해야겠다.
'나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지는 않다. 많은 사람과 사귀기도 원치 않는다. 나의 일생에 한두 사람과 끊어지지 않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연으로 죽기까지 지속되길 바란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또 유안진 시인의 글로 새해를 연다.
<데소칸소 가든의 장미> 2011년 5월 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