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내린 폭우로 뒷마당이 물바다가 되었다.
집 앞 도로는 하수구 구멍을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고 몰려드는 빗물 로 온통 물바다다.
우리집은 골프장보다 지대가 조금 낮은 탓인지 그 쪽에서 쏠려온 물이
엉검엉검하게 세워둔 철제 울타리 사이로 사정없이 밀고 들어왔다.
온갖 잡풀이랑 낙엽을 실은 물줄기가 넘어 들어와 풀장이 벌건 흙탕물로 변해갔다.
남편은 하수구에 물이 잘 내려가게 하려고 나무가지와 낙엽들을 걷어내고
더러운 찌꺼기 때문에 풀장의 모터가 망가질까봐 물 위에 떠도는 잎파리들도 건져올렸다.
티비를 켜보니 엘에이가 온통 난리다. 바다에 인접한 사우스베이 쪽에서는 차가 떠내려가고
엘에이 선셋 블러버드에는 나무가 넘어지면서 전봇대를 쳐서 그 일대가 암흑 천지가 되었다.
로스 알라미토스 골프장 인근 아파트나 집에도 골프장에서 쏠려온 물로
집 안 바닥에 빗물이 흥건하고 가재 도구가 다 젖어 사람들이 크게 낙담을 하고 있다.
비 오는 날 꿈꾸었던 낭만 -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커피 한 잔 들고
창밖의 빗소리를 즐기겠다던 꿈이 다 날아갔다.
오후 내내 허둥대며 쫒아다니느라 온 몸이 비에 젖은 남편에게 말했다.
"우리 집 난리는 아무것도 아니야. 어떤 집은 집 안이 물바다가 되었고 다른 골프장 주변 집들도 난리래."
남편은 타월로 얼굴을 닦으며 말했다.
"그래도 나는 우리집이 제일 걱정이다. 내 손톱 밑의 가시가 다른 사람 큰 상처보다 훨씬 더 아픈기라. 누가 뭐라케사도 사람들은 자기 아픈기 제일 신경이 쓰이겠제."
말이 맞긴 한데 티비 속 사람들을 보면서 내 집 뒷마당 땜에 호들갑을 떠는 게 조금 죄스럽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