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에는 더 이상 눈이 오지 않는다는 일기 예보를 보며 낙담하는 엄마와 이모를 본 조카가 차를 렌트했다.
북쪽으로 3시간을 달려 메사추세츠, 뉴햄프셔주를 지나 버몬트주까지 왔다. 북으로 갈수록 산이 하얀 눈에 쌓여있다.
앙상한 나뭇가지에도 흰눈이 덮여 눈꽃이란 낱말을 누가 만들었는지 참으로 눈꽃이란 단어가 실감났다.
하얀 눈으로 덮힌 산골짝 작은 마을에 'Rabbit Hill Inn ' 이란 예쁜 산장이 나왔다.
들어서니 친절한 직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가 반겨준다.
로비 옆의 작은 공간에 노부부가 앉아서 퍼즐 맞추기를 하고 안쪽에서는 또다른 노부부가 카드 놀이를 하고 있다.
한세상을 평화롭고 안락하게 살아온 듯한 그들의 마음이 전해져서 바깥의 추운 눈바람도 따뜻한 느낌이다.
우리방은 옆건물 삼층이다. 다락을 개조하여 호텔의 스윗룸처럼 꾸몄다. 우리 세 사람 이름이 인쇄된 환영 카드. 모든 것이 우리 세 사람을 위하여 특별히마련되어 그야말로 VIP가 된 듯 행복감에 취하게 한다.
식당도 이곳에 숙식하는 사람들만을 위하여 운영한다. 저녁을 먹으러 들어가니 역시 다른 노부부 두 쌍이 와인을 즐기며 다정하게 머리를 맞대고 있다. 어린이와 애완견 사절이라고 하더니 조용하고 안온하다. 모든 서비스가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맞춤 서비스라서 그런지 비싼 숙박비만큼이나 음식값도 비싸다. 팁도 아예 20퍼센트라 매겨 두고 계산서가 나왔다. 그래도 친절한 직원들의 서비스가 있어서 기분은 좋다.
침대 위에 놓아둔 지나간 손님들의 일기를 읽으며 엘에이에 돌아가면 우리도 빅베어에 이런 산장 하나 사서 운영해보자며 농담을 한다.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